「빌딩」옥상의 누더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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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엇이든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며놓으면 그만이라는 풍조 때문에 고층건물을 신축하면서도 온갖 날림과 결함 투성이인 것이 대체로 우리나라 도시의 「빌딩」군이라 할 수 있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 중 으뜸가는 것은 우선 「근린과의 조화」를 깨는 무질서한 「빌딩」군의 난립현상이라 하겠다.
어느나라건 도시건축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그 기능성 못지 않게 그 「빌딩」들이 풍겨주는 품격과 조화감인 것이다. 한번 철근「빌딩」이 세워지면 그것은 적어도 수십, 또는 수백년간 존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건물이 선도시의 경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고층건물 하나 하나는 건축물자체로서의 기능성과 미관 못지 않게 전체와의 조화문제를 충분히 고려한 연후에 허가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개개「빌딩」의 건축에서는 이제 「디자인」과 색감 등에서 제법 참신한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인근건물이나 주변환경과의 균형, 나아가 그 구역과 도시전체와의 조화미를 제대로 그려한 것이 얼마나 될까.
「유럽」의 도시들이 개개건물의 기능성과 안전도, 그리고 외형적 미관뿐만 아니라 도시전체의 조화를 극히 중시하여 엄격한 건축규제와 도시계획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당해 건물이 세워짐으로써 인접건물들과의 조화가 취해질 수 있을 것인가, 가구역 전체 혹은 도시천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될 것인가를 엄격히 심사하는 것이다,
이에 비기면 서울의 「빌딩」중엔 이웃건물과의 조화미는 말할 것도 없고 개개 건물자체가 불결하고 꼴사나워 불쾌감조차 자아내게 하는 것이 하나둘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건물정면은 그런대로 버젓하게 꾸민 「빌딩」들도 옆이나 뒷면을 보면 가관인 경우가 허다하다. 우중충한 회색벽면을 「시멘트」벽돌로 쌓아올리고는 외장의 마무리 작업이나 「페인트」칠 조차 않고 방치해둔 것이 허다한가하면, 설혹 「페인트」칠을 했을 경우에도 그 빛깔의 천박함과 눈가림식 날림작업은 혐오감마저 일으키게 한다.
뿐만 아니라 짓다만 건물이나 증축을 예상하여 벽면 중간 중간에 구부러지고 녹슨 철근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파충류를 보듯 징그러운 인상을 주는 건물들이 너무나 많다.
거기다 또 사람 눈에 잘 안 띄는 옥상의 모습은 어떠한가. 빛깔과 모양이 각각인 무허가건물이나 가건물을 마구 지어 놓고 살림집이나 창고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층「빌딩」의 옥상 등에서 내려다보면 개중엔 예쁜 화분을 꾸며 놓은 곳도 있으나 대개는 아무렇게나 지은 창고·망가진 나무상자·녹슨「캐비닛」·나무기둥이나 쇠기둥·철망·장독·빨래 등이 지저분하게 누더기처럼 널려있어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이들은 화재의 위험성마저 지니고 있으니 하루바삐 정리되어야 하겠다.
이같은 무허가 누더기 옥상건물은 큰 도로변에만도 자그마치 1천여개가 넘는다하니 올해를 「도시정비정돈의 해」로 정한 시 당국은 비록 인원·장비부족 등 어려운 점이 있을지라도 도시미관 작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펴가야 한다.
본란이 여러번 강조한 바와 같이 우리도 「빌딩」과 공공건물의 준공검사에 있어서는 방화시설·대피시설 등 안전도점검뿐만 아니라 시장직속의 「도시미관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하여 도시건물로서의 환경 미적 요건을 반드시 구비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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