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고 일대 서양란 재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날렵한 잎 맵시에 청결한 꽃술을 늘이는 서양란. 한 원예학도의 끈질긴 집념이 결실을 거두어 올해부터 서양란의 대량공급이 가능. 제주도 일대의 새로운 농가부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30세의 강봉조씨(제주도 남제주군 서귀읍 법환리27).
강씨는 서귀 농고를 거쳐 제주대를 마치면서 원예에 뜻을 두고 71년 일본 향천대에 입학, 3년 동안 서양란재배를 연구했다.
74년 서양란 1천여 종의 씨앗을 가지고 귀국, 대량보급을 위한 번식연구를 계속했다. 서양란의 씨앗은 포자 1개 속에 4백여 만 개가 먼지덩이 같이 엉겨 있다. 강씨는 이 씨앗을 시험관에 넣고 조직배양으로 발아시키는 방법을 1년만에 성공시킨 것. 강씨는 특히 일본에서 6월에 개화하는 이 서양란을 제주도의 풍토에 적응시키는 한편 꽃이 귀한 10월에 개화토록 해 수익성도 높게 했다.
서양란의 적온은 섭씨 24도. 여름이라도 직사광선만 가려 주면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제주도 특유의 해양성기후를 이용한 것이다.
또 향기가 없는 서양란을 유향란과 교배시켜 향기를 뿜도록 변종을 만들어 냈다. 서양란은 제주도에서 7, 8월에 4∼5개의 꽃 순을 내어 10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 꽃들은 3개월 가량 계속하여 피는 데다 꺾어서 화병에 꽂아 두어도 1개월쯤은 싱싱하게 피어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부산·서울 등지는 물론 멀리 일본까지 수출이 가능하다고 강씨는 말한다. 지난 6월 처음으로 꽃이 핀「서머타임」「골든 게이트」등을 시험삼아 서울 동지로 내보냈던 강씨는 한 그루에 1천5백원씩을 받아 운반비를 빼고도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
이제 1천3백여 평의「비닐·하우스」에 4백여 종 3만여 그루의 서양란을 재배하는 강씨는 내년부터 50만 그루의 서양란을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신상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