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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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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대통령 후보들간의『대토론』제2회전은「카터」의 우세로 끝난 것 같다. 제1회전에서는「포드」가 멋지게 넘겨 그 동안의 열세를 거의 뒤집어 놓았었다.
그러나 제2회전에서 동구는 소련의 지배하에 있지 않다는 실언으로「포드」가 이번에는 제발에 체인 격이 되었다
앞으로 제3회전이 남아있기는 하다. 그러나 외신에 의하면 앞으로 엄청난 이변이 있기 전에는「포드」의 추격은 불가능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직대통령이 토론하는 것은 손해만 볼뿐이다.』 이렇게「닉슨」은 쓰라린 실험을 되 삼키며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닉슨」은 지난 72년 선거 때 공개토론을 하자는 민주당의「맥거번」후보의 제안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포드」라고 해서 이런 일을 모를 턱이 없다. 더우기 그는 말주변도 없다. 「닉슨」보다는「카메라· 페이스」가 좋다고는 하지만「카터」의 청신한「이미지」를 누를 만한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카터」의 제안을 받아들인데는 그럴만한 딱한 사정이 있었다.
『만약에「포드」가 여론조사에서「카터」를「리드」하고 있었다면 아마도 토론에 동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논평한 적이 있다.
「포드」로서는 결국 이판사판이었다. 더우기「카터」쪽에서는 마치 둔중한「프레이저」를 나비가 춤추듯 우아하게 KO시켰다는「알리」처럼, 「포드」를 거뜬히 요리할 수 있다는 승산에 넘쳐 있었다.
더우기『대토론』이라지만 뚜렷한「이슈」가 없는 이번 선거전에서는 누가 무슨 말을 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말하느냐가 문제였다.
물론「케네디」·「닉슨」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때도 내용이 알찼던「닉슨」을「이미지」로「케네디」가 누른 것이다. 그것도「닉슨」이「텔리비젼」의 전문 분장사를 쓰지 않은 때문이었다.
「포드」는 이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전직 희극배우까지 동원했었다. 그러나「카터」의 PR「팀」을 당해내지는 못한 모양이다. 「카터」쪽 인재들은 모두가 젊다. 특히「카터· 스마일」(「카터」의 미소)을 만들어낸「미디어」담당자「제리·라프슈」는 34세 밖에 안된다.
만약에「카터」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순전히「텔리비젼」의 덕분이랄 수 있다. 「매스·미디어」의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뭔가, 의문은 남는다.
최근에 미국에서 상영된 영화에「입후보자」라는게 있다. 노련한 상원의원에 맞서 젊은 신인이 능숙한 PR로 당선된다. 축하「파티」에서 돌아온 주인공은「호텔」방안에서 불안스런 표정으로『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묻는다. PR업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영화는 여기서 끝내도 좋지만, 현실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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