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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작 고추 마늘 정부서 가격유지"|박대통령, 새마을지도자와 국수 들며 환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박정희 대통령은 6일 낮 월간 경제동향보고가 끝난 뒤 경제기획원 장관실에서 새마을훈장을 받은 새마을지도자 이원명씨(54·충북 괴산군 연풍면 류하리 내응 마을), 김호달씨(43· 경북 영일군 청하면 이가리), 부녀지도자 김용철씨, 그리고 관계장관 및 여당간부 등과 점심으로 국수를 함께 들며 1시간 동안 농촌살림형편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대화내용.
▲박대통령=요즘 국회가 바쁘지요.
▲이효상 당의장 서리=어제부터 대정부질문을 시작했습니다.
▲박대통령=괴산군의 새마을사업은 어느 정도 진척되었습니까?
▲김태수 괴산 군수=3백60개 마을 중 자립마을이 97개가됩니다.
▲박대통령=영일 군은 어떻습니까?
▲이문환 영일 군수=3백49개 마을 중 1백 만원 이상이 40%인 1백39개 마을입니다.
▲서정화 내무차관=현재 전국적으로 소득이 가장 많은 마을은 경기도 평택군 고덕리 동청3리인데 이곳은 낙농을 해서 도시보다 소득이 높은 호당 3백52만원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전북 익산군 낭산면 오동정리 경우에는 과수로 전국에서 둘째가는 소득을 올리고 있고 남제주군 서귀읍 신효리는 감귤로 1백9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박대통령= 78년이면 2, 3백 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곳도 많을 것입니다. 내응 마을과 같이 산골짜기에 특산물 없는 곳에서 지도자와 주민이 열심히 일해 소득을 1백40만 원아나 올린 것은 가히 모범적입니다. 금년 마늘은 풍년인가요.
▲이원명씨=네, 풍년입니다. 고추·파·배추가 모두 풍년이고 무우만 조금 떨어집니다.
▲이효상 의장 서리=「마드리드」에서 열렸던 국제의원연맹회의에 갔던 박준규 의장이 어제 돌아왔습니다,
▲박대통령=그곳 형편은 어떻던가요.
▲박 의장=밖에서 보기보다는 훨씬 안정이 되어 있고「포르투갈」도 완전히 친 서방으로 돌아 안정이 돼 있었습니다.
▲박대통령=「바스크」족 문제로 시끄럽다지요.
▲박 의장=신문이나 밖에서 걱정하는 만큼 나쁘지는 않고「카롤로스」국왕도 폭넓은 정치를 한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태국 국왕이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잠업분야에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이번 회의에 북괴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소련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루마니아」가 이 사실을 회의에 통보해 왔습니다. 공산 측의 사기가 많이 저하되고 우 리에 대한 일부의 비난도 자취를 감춘 듯 했습니다.
▲박대통령=「슬라이드」에서 보니까 이가리 마을은 깨끗한데 산은 아직도 사방이 덜된 것 같더군요.
그곳은 일제 때 일본사람도 조림을 포기한 곳입니다. 그런 곳은 몇 년 정성을 들여야 다른 나무를 심을 수가 있지요.
「슬라이드」에서 이가리 마을의 지도자 선출과정을 보니까 마을사람들이 만장일치로 지도자를 추대하고 옆에서 지도자의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더군요. 이것을 보니 새마을운동은 한국적 민주주의의 실천도장이라는 실감이 납니다. 만일 과거 식으로 투표를 해서 뽑는다면 막걸리·고무신·국수가 나돌게 됐을 것입니다. 서양사람들은 민주주의를 그들이 창안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민주주의가 있었다고 봅니다.
신라의 경우 애초에 육촌이 있었는데 외침에 대항하기 위해 단합이 필요했고 단합을 하자면 그 구심점이 되는 지도자를 뽑아야 했는데 육촌대표들이 모여 만장일치로 토론을 거쳐 박혁거세를 선출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화백제도죠.
신라 초기에는 왕도 세습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추대했던 것으로 우리나라에 서구보다 먼저 민주주의가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금년 농사는 어떤가요.
▲김태수 군수=저희 군은 한해와 수해를 겪었는데 작년에 비해 5% 증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대통령=도별로 제일 단보 당 수확량이 높은 곳은 충남의 4백65kg이라 지요. 도지사나 군수에게 물어 보면 약속이나 한 듯이 농가 가구 당 소득이 1백40만원을 돌파하려면 78년이면 된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 산출해서 그렇게 되는 것인가요.
▲서 내무 차관=『지금 추세로 보면 평균 1백40만원 소득달성은 78년이면 넉넉히 이뤄질 것 같습니다.
▲박대통령=고추·마늘이 풍작인데 정부에서는 비축용으로 사들여서 가격을 유지해 주고 있어요. 마늘은 조미료자료 등으로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우리 마늘은 너무 작은데 일본 것은 크더군요. 종자개량을 하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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