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후의 세계 정세|정치·경제에 관한 두 일인 전문가의 강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앞으로 세계정세가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절대적인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정치적으로는 모택동 사망 후 죽의「커튼」뒤쪽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는「아시아」정세, 더 나아가 세계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오일·쇼크」후 세계경제는 두드러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가속될 전망이다. 금후 세계정치 및 경제정세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일본의 저명한 평론가인 고야방언씨(「프레지던트」지 편집이사)와 실도균차씨(동경공업대학 교수)는 4일 하오 동방「빌딩」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이를 요약·소개한다【편집자 주】.

<모택동의 중공과 북괴>중공 권력투쟁 장기화하면 소·북괴 한반도서 모험 우려|실도균차<동경공업대 교수>
모택동 사망 후의 중공동향은 소련·한반도 및 일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중공에는 문혁파 실무파(주자파) 대중 군부 하방청년 등 5개의 미묘한 세력이 있어 앞으로의 중공동향을 점치기가 어렵게 돼있다.
모는 43년 대중노선을 선언해서 대중을 위한다고 내걸었으나 그 진의는 대중을 마음대로 끌고 다니는데 있었다.
이에 대한 반발이 지난 4월4일 청명절에 천안문 광장에서 있은 반모 시위였다.
약 1백만명(북경성내 거주민은 5백만명)이 모여 반모「슬로건」을 내걸고 조선을 원하는 5천년 전통적 행사를 가졌다. 모가 박고후금(옛것을 가벼이 하고 현재를 중히 한다)을 내걸고 전통사상을 파괴하려 했지만 모 사상이 정착돼 있지 않은 증거인 것이다.
또 하나는 11개 대군단으로 돼있는 군부의 움직임인 데 중공정권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다.
또 공산전제하에서 노동자의 파업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63년부터 지금까지 임금이 동결돼 있는 등 더 이상의 경제적 탄압을 견딜 수 없다는 반항이다.
하방청년이란 고졸 이상의 청년을 지방으로 내보내는데 이 가운데 성분이「부르좌」출신인 흑오류들은 학대에 못 이겨 군도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외에 중공경제는 대지진까지 겹쳐 극도로 어려운 처지에 있다.
따라서 현재 20억「달러」이상의 상환불능 대외채무를 안고 있는 북괴를 원조할 힘이 없다.
이때 소련이 7억 2천만「달러」의 대북괴 차관을 제공한다고 해서 중공·북괴사이를 이간시키고 있다.
소는 중공의 내부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그 틈을 타서 오래 전부터 탐내온 만주지방을 자기 세력 하에 넣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되면 북괴는 소의 지원에 매달려 월맹처럼 한반도에서 모험을 할지도 모른다. 현재로선 북괴는 경제적인 곤란 때문에 아무 것도 할 능력이 없고 따라서 중공이나 소련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중공이「탈모」의 방향을 어떻게 빨리 잡아가느냐에 있는데 중공 내부세력이 서로 엉겨있어 예측이 어렵다.
중공의 권력투쟁이 장기화하면 그만큼 동북아가 불안할 것이므로 한국과 일본은 계속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여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와 한·일 관계>미 영향력 퇴조, 자원국 등장 아주 경제 위해 한·일 협조를|고야방언<일본 프레지던트지 편집이사>
최근 수년간 세계경제의 변화는 극심했다. 세계 GNP의 약 반을 점했던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이 점차 퇴조하고 자원국「파워」의 대두 등 경제적으로도 다극화시대가 되었다. 「오일·쇼크」후 주요국의 모든 통화가 변동환율체제로 들어갔으며 특히 미·일·EEC를 주축으로 한 국제적인 협조 없이는 세계경기 회복이나 물가 안정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변동환율제 중에서도「파운드」화 파동이 일어나고 서독「마르크」와 일본「엥」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 높아가고 있다. 근년에 들어 특히 두드러진 현상은 자원「내셔널리즘」의 대두이다. 자원「내셔널리즘」의 가장 상징적인 것은 석유 파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다른 자원에도 점차 파급되었지만 앞으로는 해양문제가 새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양법 회의에서 경제수역 2백 해리 문제가 논의되고 주요 연안국들이 일방적인 선포를 서두르고 있다.
경제수역 2백 해리는 단순히 고기를 못 잡는다는 수산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각국이 바다에서조차 자원「내셔널리즘」을 제정하려는 중대한 움직임으로 보아야 한다.
해양문제는 앞으로 석유에 못지 않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석유가도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는 10%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변화는 전반적인 소득수준의 향상과 소비의 고급화에 따라 산업구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서비스」부문이 상대적으로 비대해지고 지식산업·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경제 정세의 변화 중에 한일관계도 마땅히 새로운 전환과 모색이 있어야 한다. 한일 양국은 국제분업 면에서 좀 더 긴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서구는 EEC 등을 통해 경제적 통합을 강화하고 있는데「아시아」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한·일·대만과 미·호주 등을 잇는 다소「루스」한 태평양 경제권의 형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도 한·일·대만은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경제적인 유대와 협조를 공고히 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선 국제분업에 입각한 산업구조의 조정과 기술·자금면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일간의 협력체제의 강화는 정부·민간 양「레벨」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