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터」시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 해군의 원자력화에 공헌이 컸던「리코버」제독이 처음으로 만난「카터」소위에게『해사는 몇 번으로 졸업했느냐?』고 물었다. 『8백20명중에서 59번째였습니다.』 「카터」는 자랑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네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가?』하고 다시 묻자 그는『예스·서』하고 힘있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곧 이어『「노·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읍니다』고 대답을 바꿨다. 「리코버」는 거듭 물었다. 『왜 그랬는가?』 「카터」는 말을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방을 나갔다. 「리코버」제독의 자서전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카터」는 솔직하다는 것을 내세워 입후보했다. 그러나 너무 솔직한 것도 탈이다. 특히 정치가에게 있어서는 그 솔직성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지나친 솔직은 경솔과도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카터」는 쾌락주의를 내세우는「플레이보이」지와의「인터뷰」에서 자기는 여자를 보면서 겉옷을 벗겨버린 여체를 욕망(Lust)스런 눈으로 본 일이 종종 있다고 실토했었다.
이래서 지금 미국 유권자들 사이엔 분분한 시비와 함께「카터시선」(Carter-look) 또는「카터기분」(Carter-feeling)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한다.
세상은 많이 바뀌기는 했다. 젊은 여자가 남자를 볼 때에도 요즘은 얼굴만을 보지는 않는다. 「찰즈·브론슨」이나「장·폴·벨몽도」가 나타난 다음부터는 미추의 기준도 크게 달라졌다.
아무리 추남이라도 돈이 많으면 미남으로 보인다는 풀이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성적매력에 있다.
성적매력을 속어에서는 그저「이트」(it)라고 한다. 한마디로『그것』이면 그만 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가에게서까지도 성적매력을 찾는게 요새 여성유권자들이다.
「카리스마」(Charisma)는 말은「케네디」때부터 유행되었지만 정치가의「카리스마」란 것도 따지고 보면 여성유권자를 끄는 성적매력의 대명사라 할 수도 있다.
얼마 전에「이탈리아」의 한 여성잡지가 실시한 인기투표에서『가장 매력 있는 남성』으로 뽑힌 것이「베를링구에르」이었다. 그가 이끈 공산당이 지난번 총선거에서 이긴 이유도 어쩌면 이런데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지스카르-데스텡」이「프랑스」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그가 가진 그「이트」에 끌린 여성유권자 덕분이라는 평도 있다.
성적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사실은 옷을 벗겨보는 심리작용이나 다름이 없다.
『남자는 40이 넘으면 모두 잡놈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버나드·쇼」도 이런 사실을 시인했을 뿐이다.
그렇다면『마음속으로는 여러 번 간음을 경험했다』고 실토한「카터」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그런 말을 내놓고 한 그가 대통령으로 나섰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