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광고는 공해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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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사회일각에서 시비가 일고 있듯이「텔레비전」광고는 과연 공해라 할 수 있는가. 한마디로 공해운운은 현대산업사회에서 차지하는 TV광고의 창조적 역할과 민영 「텔레비전」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치 못한데서 비롯된 불공정한 논란이라 하겠다.
국민에게서 받는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과 광고수입으로 운영되는 민영상업방송에는 운영방식 상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민영 「텔레비전」에 있어 광고는 유일한 수입원으로 바로 방송자체가 존립할 수 있는 근거다.
그렇다고 민간방송이 기업적 견지에서 무작정 광고를 송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는 방송의 공익성에 따른 제한이 있다. 우리 나라의 방송관계법령은 지금까지 광고시간을「프로그램」시간의 10%와 개개「프로」사이의 20초 짜리「스파트」광고 5개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광고를 모두 합하면 광고총량이 전체 방영시간의 16∼l8.3%를 점한다. 그리고 이 정도의 광고비율은 우리와 같은 상업방송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18∼20%에 비해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화문방송규제 때문에 하루 평균 5시간 반으로 제한되어있는 우리의「텔레비전」방영시간을 감안하면 광고방송의 절대량은 비교도 안 될 정도다.
더구나 광고는 경제생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생산과 소비를 연결시켜 산업발전과 소비자 보호에 기여하는 막중한 기능을 갖고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광고의 기능이 사라진다면 상품의 수요예측과 장기생산 계획이 불가능해지고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의 예측도 어렵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생산품의 수요창출이 늦어지기 때문에 기술 혁신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은 광고가 없는 공산세계의 상품이 항상 저질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좋을 것이다.
광고는 이러한 사회적 낭비를 줄이고 생산의 수요창출 기능을 도와 생산의 확대를 가능하게 해준다. 흔히 광고비가 제품가격에 가산되기 때문에 가격상승의 요인으로 오해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실상, 광고는 확대 생산과 기술혁신, 그리고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자원의 낭비를 막고 원가를 절감하는 기본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 측면을 도외시한 채 거부 반응이 좀 있다해서 「텔레비전」광고를 공해로 몰아치는 것을 어찌 합리적인 태도라 하겠는가.
또 서독처럼 광고를 일정시간대로 몰아서 방영하자는 일부의 주장도 시청료로 운영되는 서독의 공영방송체재와 광고수입만으로 운영되는 우리 나라 상업방송체제를 혼동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독의 경우는 시청료로 「프로」를 제작하는 공영방송이면서도 사회와 기업의 광고방송 요구 때문에 부득이 「프로그램」아닌 일종의 공백시간 대에 광고를 넣는 궁여지책을 택하고 있을 뿐이다. 서독의 예는 그만큼 「텔레비전」광고가 국민생활 및 산업발전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졌다는 반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현재 「텔레비전」광고에 식상한 시청자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광고의 내용과 전달방법이 미숙한데서 생긴 시청자들의 불만이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점, 광고주와 방송국 측은 광고의 현실과 내용을 순화시켜 모든 CF(광고)방송을 하나의 예술적인 영상미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릴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텔레비전」광고에 대해 거부반응을 느끼는 일부 시청자도 민간「텔레비전」이나 TV광고 전체가 필요 없다는 생각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시청자 측에서도 귀중한 상품정보를 제공하여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기본적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민간방송의 존립근거이기도한 「텔레비전」광고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이해를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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