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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여왕 왕관의「다이아몬드」주인은 누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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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러다간 영국여왕왕관에 구멍이 뚫릴는지도 모른다. 왕관에 붙어있는 달걀 만한「다이아몬드」를 돌려달라는 새 주인이 나타난 데다 이런 요청에 적어도 한동안은 왕실이나 정부의 반응이『당치 않은 일』이라고 잡아떼는 기색인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제의「다이아몬드」는 1백9「캐러트」짜리 「코·이·누르」(빛의 산). 일설에는 3천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이「다이아몬드」는 1849년 영국이 인도의「푼잡」지방을 병합했을 때 현지 총독이 당시의「빅토리아」여왕에게 진상, 오늘날까지 대영제국의 여왕을 상징하는 왕관에 박혀있는 것이다. 그런데「파키스탄」의「부도」대통령과 인도정부가 갑자기 그것이 자기나라 것이니 돌려달라는 얘기를 꺼내 말썽이 일기 시작했다.
적어도 한나라의 왕관에서 앞니를 빼내준다는 게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더욱 딱하고 중요한 일은 그런 요구에 한번 응했다간 영국에 남아날 보물이란 보잘 것 없어질 게 뻔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주인을 따진다면 왕관에 붙은 3천95개의 보석중 이 나라에 남을 것은 몇 개 안 된다.
대영 박물관을 비롯해 영국 땅에 산재한 수많은 보물들은 외국에서 온 게 대부분이다. 우리 한국 것도 꽤 있다.
「코·이·누르」「다이아몬드」를 돌려준다면 딴것도 돌려 줘야 논리가 선다. 「그리스」「스리랑카」「나이지리아」등 몇몇 나라들은 벌써부터 영국이 가져간「민족적」문화재를 돌려보내라고 해 왔다. 이제 와서 귀속권을 가려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어려운 건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는 일이다. 65년「그리스」사람들이 대영 박물관에 있던「파세논」신전의 유물을 돌려달라고 영국정부에 요구했었다.
그때「윌슨」수상은 조상들이 남긴 문화재 유산들의 공유성을 강조하고 그의 국적별 귀속권을 이제 와서 따진다는 것은 현실적인 것도, 현명한 일도 아니라면서 이를 잡아떼었었다.
이러한 입장에서 지난 24일 영국은 드디어 단호하게 거부선언을 했다. 「캘러헌」영국수상은『문제의 「다이아몬드」가 전리품이 아니고 당시의 인도왕실이 영국왕실에 기증한 것이기 때문에 반환할 수 없다』고 단언했는데 앞으로 인도와「파키스탄」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두고 볼만한 일이다.【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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