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분쟁 많은 LPG통 보증금 … 관련 규정 명확히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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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이 지난 액화석유가스(LPG)통을 교체할 때 드는 비용을 공급자와 소비자 중 누가 부담해야 할까. 현행 규정상 가스 공급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놓고 천안·아산 지역에서 가스 공급업체와 소비자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 지부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어르신이 많이 사는 농촌에 이런 경우가 잦다.

 박모(61)씨는 “지난달 가스공급업체가 오래된 가스통을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비용 5만원을 요구했다”며 “불합리한 것 같아 바꾸지 않고 기존 가스통 2개 중 뒤에 설치한 1개만 사용하고 있다”고 전화로 설명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70대 할머니는 “업체가 가스통 교체 비용을 내지 않으면 가스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해 8만원을 주고 새 가스통으로 바꿨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우리 지부는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등 농촌을 돌며 소비자교육을 실시하면서 이 같은 사례를 현장 조사한 결과 4만~5만원을 내고 가스통을 교체한 집이 마을마다 2~3건씩 확인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가스공급업체의 상술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 허술한 규정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LPG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시행규칙에 따르면 제조일로부터 25년이 지난 용량 20㎏ 이상 LPG통은 모두 교체해야 한다. 또 제조일 이후 5년마다 내구성과 안전성 검증을 해야 하며 20년이 경과하면 2년 단위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스 공급자는 소비자와 안전공급계약 체결 후 그 내용에 따라 공급하고 설치비를 포함한 LPG통 교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심하면 사업허가 정지 및 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도 가스공급업체는 가스통 설치는 물론 관리업무를 도맡아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교체 또는 설치 때 소비자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4만~5만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업체는 이사할 때 가스통을 가져가는 소비자도 있다며 이 같은 분실에 대비해 보증금을 받는 것이지 교체 비용을 요구한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등은 “가스공급업체가 소비자에게 가스통 교체 및 설치와 관련해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으로 행정처분 대상”이라며 “보증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가스통 가격의 10% 이상을 받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 인력 부족 등으로 가스통 교체·설치 비용을 받는 업체를 적발하는 건수는 미미하다. 이 때문에 가스 공급자와 소비자 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보증금 허용 여부와 금액(예컨대 가스통 값의 10% 이내) 같은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당수 피해자가 농촌에 살고 있는 어르신인 점을 감안해 관계당국의 관심과 신속한 조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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