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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 8월 프랑스에서는 『세기의 살인마』라는 「페스케」가 잡혔다. 그는 자기 아내를 포함하여 5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범행이 확정되면 사형이겠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사형이 합법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지로 집행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7월말 8세 소녀를 유괴 살해한 21세의 청년이 이례적으로 처형된 적이 있다.
그러나 같은 달 노파를 죽인 어떤 강도범온 대통령의 특사를 받아 살아났다.
이래서 누구는 살려주고 누구는 죽게 한 대통령의 결정의 기준이 어디 있느냐며 「매스컴」은 떠들었다,
이와 때를 같이해서 사람이 사람을 벌주는 방법으로서 사형제에 대한 비판이 새삼스럽게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페스케」사건으로 여론은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페스케」는 이미 35년 전에 살인을 한 적이 있는 것이다.
그때도 그는 특사의 혜택을 받았었다. 만약에 그때에 그가 풀려나지 않았다면 그처럼 끔찍한 연속살인사건도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형이 완전히 폐지된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덴마크 서독 이탈리아 멕시코 화란 등 상당수에 이른다. 벨기에처럼 형의 선고는 있어도 집행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그런가 하면 영국처럼 반역죄·해적행위·군사범죄 등에 대해서만 사형제를 두고 있는 나라도 있다.
지난 72년에는 미국「캘리포니아」주 최고재판소도 사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사형이란 그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인간을 타락·비인간화하는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제도이며, 인문의 존엄의 불가침성을 규정한 헌법에도 위배된다』는게 그 판결의 이유였다.
이 때문에 「로버트·케네디」의 암살범을 비롯하여 동주의 사형수 1백7명이 모두 살아나게 되었다.
그렇다고 미국전체에서 사형이 폐지된 것은 아니다. 『사형의 범죄억지력, 위혁력으로서의 효과』를 믿는 세론은 여전히 끈질기다.
물론 같은 살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동기며 수법에 있어 충분히 동정할 만한 것도 많다. 따라서 사형제도자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살인범이 모두 처형되어야 한다는 데는 무리가 있다.
대구교도소에 지금 형의 집행만을 기다리고 있는 한 사형수가 있다. 그는 구멍가게 노파를 살해한 강도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계획적인 살인의 동기는 없었다. 게다가 그는 초범이었다 한다.
더우기 그는 모범수다. 만약에 형벌이 죄를 뉘우치게 만드는데 본래 목적이 있다면 그는 이미 충분한 벌을 받은 셈이다. 적어도 꼭 처형해야 할만한 흉악범은 아니다. 지금 그의 감화를 받은 인사들이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다. 그가 보통 살인범파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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