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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표라도 더!" 숨막힌 단상단하|신민당 전당대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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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래위층 누비며 두 후보 악수 공세>
대표최고위원을 선출함으로써 이틀간 대회의 절정을 이를 16일 대회장에는 상오 8시부터 대표에 나설 뜻을 밝힌 정일형 의원이 지팡이를 집고 나와 대의원들과 일일이 악수.
입구에는 김영삼·이철승·정일형 의원 등 대포후보자를 지지하는 요원들도 총출동, 한 표를 호소하는 전단을 배포.
상오9시30분 김영삼씨가 대회장에 입장하자 『김영삼 총재가 입장하십니다』라는 주류요원들의 고함소리에 따라 주류대의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야!』하고 함성을 지르며 환호.
김씨는 곧바로 단상에 올라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1, 2층의 전 대의원석을 누비며 악수공세.

<후보 사퇴 발언 외엔 일체의 못한다>
16일 대회는 상오10시10분에야 소개.
정헌주 대회의장이 개회를 선포, 곧이어 투표에 들어 가려할 때 김응주씨가 일어나 의사진행발언을 요청, 정 의장이 『실무 요원들과 의논결과 일체의 신상발언이나 의사진행발언은 대회진행관례상 주지 않고 후보사퇴 발언만 주기로 결정했다』고 묵살하자 『돼 발언을 막느냐』『않아라』는 고함이 오가 잠시 장내가 소란.
김씨는 좌석에 선 채 『정일형 박사가 후보로 출마했는지를 대의원들이 모르는 것 같아 발언하려했다』면서 『정 박사는 대표최고위원에 출마했다』고 했다.
김영삼씨는 대회장에 나오기 앞서 S여관으로 최형우 의원을 찾아가 옛날처럼 다시 지지해 줄 것을 호소, 최 의원은 기지를 약속했다.
이철승 후보는 상오10시 조금전 신도환·고흥문 최고위원, 정해영씨 등과 함께 입장하여 비주류대의원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역시 대의원석을 돌며 악수인사.
정일형후보의 부인 이태영 여사는 이날 아침 이철승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1차 투표의 결과 다수 득표자를 서로 밀어주기로 하자고 제의, 받아들이기로 약속.
한편 이날 대회장에서 주·비주류의 김·이 두 후보는 단상 바로 아래서 우연히 마주쳐 악수를 나눴는데 평소 전화통화조차 꺼리던 두 사람이 미소를 띤 채 악수를 나누자 일부 대의원들은 박수.
전날 최고위원에 낙선한 정해영·최형우·김옥선씨도 대회에 참석.
1차 투표의 결과가 발포되자 정일형씨는 합의에 따라 신상발언을 통해 『과거 나는 김대중씨를 도왔고 2년 전에는 김영삼씨를 도왔는데 이번에 다시 비주류의 신사협정에 따라 이철승씨를 지지하는 것을 기쁨으로 안다』고 선언.
그러자 이철승 후보가 단장에 뛰어올라 정씨와 손을 맞잡고 두 팔을 높이 들었으며 비주류대의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이 후보를 격려.
이어 이 후보는 아래위층 대의원석을 누비며 기세를 올렸고 그때마다 대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주류 측의 청년대의원들은 이에 맞서 『김영삼』『김영삼』하고 외쳤다.
이에 호응하여 김영삼 후보도 단상에 올라 주류대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씨는 육성으로 『왜 나에게는 신상발언을 주지 않느냐. 어제 선거를 끝낼 수도 있었는데 간밤에 무슨 짓들을 했느냐』고 대의원들을 향해 잠시 연설.
그러자 정헌주 대회의장은 『사퇴후보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은 관례』라며 『김영삼씨가 사퇴발언을 한다면 발언권을 주겠다』고 응수.
주류 측은 1차 투표에서 12표를 받은 박용만 의원에게 신상발언을 주라고 요구, 정 의장이 발언권을 주기로 했으나 박 의원은 발언을 사양했다.
15일 하오 최고위원선거가 끝나자 주류·비주류는 대회를 정회시켜놓고 대표선거를 이날 중 하느냐 여부를 막후절충.
「물 흐르듯 의사진행을 하기로 한」준비위원회 합의대로 바로 대표선거에 들어가자는 주류 측과 각파간의 전열정비와 후보조정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16일로 미루자는 비주류주장이 팽팽히 맞서 협상은 평행선의 대립을 계속.
특히 비주류의 이중재 의원 등은 최고 득표자 추대라는 보스의 결정에 상관없이 정일형 박사를 대표로 추대키로 주장, 보스들과의 조정시간이 필요하다고 역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김영삼씨도 『비주류와 더 좀 얘기해 보자』고 지시한 후 졸도해 업혀나간 정해영씨를 집으로 찾아가 문병. 정씨는 찾아온 김씨에게 『점심때 먹은 빵에 체한 것 같다』며 괜찮다고 했다는 것.
김씨가 다시 돌아온 후 이미 시간이 하오7시가 되자 주류도 할 수 없이 연기에 동의.
정회도중 낙선된 최형우 의원은 3층 대의원석으로 김영삼씨를 청해 만나서는 흥분한 어조로 『내가 대표로 밀어줄 줄 아느냐』고 험구를 하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 최씨 측근에 따르면 『김 전 총재가 최 의원 운동을 탄압했다』는 것.
산회가 선포되자 주류는 광화문 김영삼씨 사무실에서, 비주류는 A호텔에서 즉각 대표선거전략을 협의.
정해영씨까지 참석한 비주류모임에선 이중재·박영복·이기택·채문식·김윤덕 의원 등이 「비주류가 당권을 잡기 위해」정일형 박사 추대를 주장, 최고득표자인 이철승씨 측과 언쟁. 이들은 약2시간 열띤 토론 끝에 『최고 득표자를 밀기로 약속했으니 지키지 않을 수 없다』는 보스들의 주장에 따라 결국 이씨를 비주류단일후보로 밀기로 결정.
이에 따라 비주류각파는 자파 대의원 명단을 작성, 이씨에게 수교. 그러나 이택돈 의원 등과 화요회 원외대의원들은 끝내 정 박사 추대를 추진하여 비주류는 이철승씨를 정일형씨에게 보내 절충을 시도.
정씨를 미는 이택돈 의원·김응주 및 정씨의 부인 이태영 여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송원영 의원을 대동한 이철승씨는 『정박사가 과거 김대중·김영삼씨를 한 차례씩 도와주셨으니 이번에는 나를 한번 도와달라』고 요청. 그러자 이 여사가 『언젠가는 도와드리겠죠』라며 대답을 대신했고 정씨는 김응주씨더러 이씨를 따로 만나게 했으나 김씨는 『정박사가 당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나가야 한다』며 사퇴를 거절.
한편 주류 측은 최형우 의원세력을 개별적으로 포섭키로 하는 등 내일의 대책을 숙의한 후 김영삼·이충환·김재광씨가 1조로, 또 이민우·유치송씨가 1조가 되어 대의원들이 든 여관을 순방.
이날 밤 김씨는 주류 대 의원은 물론 비주류가 Y·H여관까지 돌며 대의원들을 접촉.
최고위원당선자가 발표되는 순간 대회장은 『와』하는 함성과 함께 신민당가가 울려 퍼졌다.
먼저 이충환 유치송 김재광 의원 등 주류 측 당선자 3명이 단장에 올랐고 이어 이철승 신도환 고흥문 의원등 비주류 3명도 등단, 6명이 나란히 서서 대의원들의 박수와 함성에 두 팔을 높이 들었다.
이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고는 곧 당 고문에게 인사한 후 미리 준비된 단상의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한편 최하위 당선자인 김재광씨와 4표 차로 낙선된 정해영씨는 결과를 듣고 퇴장하다가 졸도, 측근에 업혀나갔고 정씨의 조직요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결과에 대해 3명을 당선시킨 주류 측은 『작전이 들어맞았다』고 분석.

<큰짐을 벗어 후련해 가족과 잠시 쉬겠다>
이철승 후보의 당선이 비공식적으로 나돌자 고흥문 신도환 정해영씨 등과 나란히 앉아 있던 이씨에게 보도진의 「플래쉬」가 터지고 장내가 다소 웅성거리자 정헌주 위장은 『아직 공식발표가 아니니 조용해달라』고 장래를 경리한 뒤 공식발표.
정 의장이 『이철승 3백89표』라고 선언하자 장내는 일제히 환호와 박수가 일어 한동안 흥분의 도가니로 휩싸였고 발표자 끝나자 이 대표최고위원은 단상에 올라가 「V」자를 손으로 그으며 열광하는 대의원들에게 머리를 굽혀 답례.
이때 미리 준비한 대형 꽃다발이 이 대표의 목에 걸렸다. 이 후보를 밀었던 조윤형 김상현씨 등이 단상으로 뛰어올라 손을 높이 쳐들어 대의원들에게 답례.
25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김영삼 후보는 시종 침통한 표정으로 대회장 맨 앞줄에 마련된 좌석을 떠나지 않았는데 가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대표로 당선된 이씨는 미리 준비된 취임사를 물리치고 약10분간에 걸친 즉석연설을 한 뒤 단하로 내려가 김영삼씨의 손을 잡아 단상으로 같이 올라가 두 손을 번쩍 들어 대의원들에게 인사. 두 사람은 서로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는 등 단합된 모습을 과시하고 뒤이어 김씨는 단상에 마련된 마이크 앞에 나서 이철승씨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했다. 낙선한 김씨는 『정말 한편으로는 후련하고 큰짐을 벗은 것 같다』면서 『아직 나이도 어리고 젊은 만큼 충분히 공부를 더하고 가족과 함께 잠시 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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