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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옆 조류방사장, 용산 주민 발끈 "옮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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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 용산구 한마음어린이 공원에 조류방사장 철거를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전익진 기자]

서울 용산의 도심공원에 있는 조류방사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이 “조류 배설물 등으로 인한 악취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전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조류방사장은 용산구 한강로동 한마음어린이공원 안에 있다. 서울 도심에서 다친 새를 구조해 치료하고 보호하는 시설로 한국조류보호협회가 운영한다. 33㎡ 규모의 철망 2곳에 조류 50여 마리를 관리하고 있다. 독수리·황조롱이·흰꼬리수리 등 천연기념물과 왜가리·멧비둘기 등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조류자연학습장 기능도 해왔다.

 1997년 지어진 조류방사장은 당초 공원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로 개설 등 인근 환경정비로 지난 1일 공원 내에서 자리를 옮겼다. 옮긴 곳은 어린이집·경로당과 1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후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용산어린이집 한수정(35·여) 원장은 “조류의 분변과 먹이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어린이집 창문도 못 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용산어린이집에 등록된 어린이는 86명이다. 주민들은 또 “AI(조류 인플루엔자)까지 발생했는데 다친 새들과 가까운 곳에서 지내야 하는 것도 꺼림칙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지난 14일 방사장 앞에 ‘경로당, 어린이집 바로 옆에 조류장 설치가 웬 말인가, 즉시 철거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남궁대식(59) 사무총장 “주민들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시설을 옮길 장소를 구할 수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장진수 공원녹지과장은 “문화재청과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조류방사장 이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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