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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 권력투쟁 격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동경=김경철특파원】김일성의 후계자문제를 둘러싼 북괴 권력구조의 내분이 8·18판문점사건을 계기로 더욱 격화하여 한때 후계자로 지목되었던 김의 아들 김정일이 김일성의 처 김성애와 동생 김영주의 공세에 밀려 실각직전에 놓였다고 동경에서 발행되는 3일자 통일일보가 보도했다.
북괴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한 이 신문은 『최근 북괴정권 수뇌층에 내분이 격화되어 김일성의 처 김성애와 동생 김영주가 결탁, 김정일을 권력구조에서 거의 완전히 밀어냈다』고 보도했다.
판문점사건이후 최근 일본인 기술자들에 대한 출국요청과 외국인 및 조총련 간부들의 입북을 보류한 것도 이와같은 내부사정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김일성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일보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은 김정일 직계의 노동당 국제담당비서 김영남이 주도한 콜롬보 비동맹회의 대책과 역시 김정일계의 인민무력부 부부장 장정환이 주동이 된 8·18판문점사건이 모두 역효과를 낸데 대해 분노하여 김정일의 행동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지난4월의 북괴 최고인민회의 직후의 인사이동을 계기로 그의 직계 장정환을 인민무력부 수뇌직에 앉히려다가 김성애와 김영주의 반격으로 좌절됐으며 콜롬보 비동맹회의의 실패책임도 외상 허담(담)에게 전가시키려고 하다가 오히려 김일성의 분노만 사고 궁지에 몰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정일계의 재일북괴공작부 거물 대부분이 북괴로부터 소환령을 받았으며 『존경하는 지도자』로 불리던 김정일의 호칭사용이 갑자기 금지됐고 『김정일 동지 찬가』를 부르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며 북괴의 모든 기관과 가정에 김일성의 사진과 함께 걸려있던 김정일 사진의 철거지시 등이 김정일의 실권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지난73년 후계자로 내정된 후 군부에 세력을 심어 지금 인민무력부 부장 오진우, 부부장 장정환, 정치국장 이용무 등이 김정일의 계열로 돼있으며 당에서는 이데올로기 담당비서 양형섭과 김영남, 경제담당부수상 이근모·손진태, 외무담당부수상 정준기, 정치보위부장 김병하 등이 김정일의 계열이므로 북괴의 권력투쟁은 앞으로 상당한 진통과 숙청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군부에서는 김정일의 사진을 철거하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김의 사진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통일일보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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