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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제한 시간은 1분, 고득점 얻기 위한 전략 짰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드디어 4월입니다. 대회까지는 불과 3주! 훈련시간을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앞당겼는데,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선지 연습장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지요. 결국 이 날은 여섯 시간 반의 초고강도 훈련으로 마무리했답니다. 하드웨어 디자인도 확정됐으니, 각자 디자인을 고민하느라 분산된 에너지를 모으는 게 최우선이었습니다. 팀 전체의 드라이빙 실력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변형된 본체에 맞는 새 프로그램도 짜야 했죠.

마의 40고지를 향하여

감독님은 훈련 수위를 한층 높이셨어요. 목표는 마의 40고지. 저희는 몇 주째 30점대에 머물러 있었어요. 욕심부리지 말고 딱 작은 공 하나만 더 처리하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렵더군요. 점수가 난다 싶으면 달려들다 실수하고, 실수를 수습하려다 페이스가 무너지거든요. 우왕좌왕하지 않는 마인드컨트롤도 훈련의 일부이지만 일단은 실수하지 않도록 연습량을 늘려야 해요. 경기장에서 평소보다 더 잘하기를 바라는 건 요행이니까요.
여기서 잠깐 배점표를 공개할게요. 배점이 큰 건 큰 공입니다. 개수도 적고 집게로 잡기도 어렵지요. 큰 공을 높은 골대에 넣으면 8점, 낮은 골대에 넣으면 5점, 구석에 밀어 넣으면 3점이 됩니다.

상대적으로 집기 쉽고 개수도 많은 작은 공의 경우 높은 골대는 3점, 낮은 골대는 2점, 구석은 1점, 도넛처럼 생긴 링 위에 올리면 5점을 받습니다. 링에 올리는 건 섬세하게 조작해야 해서 배점이 꽤 높아요. 모든 과정을 마치면 경기장 중앙 철봉으로 달려가 매달려야 합니다. 바닥에 닿지 않고 버티면 8점을 딸 수 있죠. 제한 시간 1분 안에 이걸 잘 조합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고득점의 비결예요.

이번 훈련부터는 친구들의 손이 캐터필러에 익숙해지면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어요. 석규 38점, 태현이 36점. 아, 저는 몇 점인지 묻지 마세요. 지난주까진 37점이었다니까요. 딱 2주 천하였네요. 개인훈련을 세 시간으로 늘려야 하나, 하, 이것 참.

팀RGB의 새로운 역할

드라이빙 훈련 강화에 더해 프로그램 작업도 시작했어요. 국내대회 당시 제가 골머리를 싸매며 만든 프로그램 두 개를 새 스콜피온에 먼저 심어봤죠. 이럴 수가! 한 놈은 공과 골대를 피해다니다 매달리기만 성공했고요(8점), 다른 한 놈은 첫걸음부터 스텝이 엉키다 멈춰버렸어요. 대회 당일엔 작은 골대에 공을 넣어 어떻게든 5점을 내더니만 그거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거였니?

저희가 ‘팀RGB’로 이름을 지었던 사연은 말씀드렸죠? 팀 유니폼을 맞추기 전, 감독님께서 저희의 핵심역할을 새롭게 정해주셨어요. 빨간색을 좋아하는 태현이에겐 로봇C 프로그래머(Red: RobotC programmer), 초록색을 좋아하는 석규는 기어(Green: Gear. 벡스 아이큐에선 드라이버란 명칭을 쓰는데, 알파벳 G에 맞추려고 특별히 고안하셨대요), 파란색을 좋아하는 저는 빌더와 비즈니스 매니저(Blue: Builder &Business manager) 역할입니다.
풀어보면, 저는 로봇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한편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같은 사업을 고안하고, 팀의 일정을 관리합니다. 태현이는 로봇C 프로그램을 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요, 석규는 운전에서 기본점수를 최대한 확보하는 거죠. 국내대회를 치러보니, 자동부문에선 바닥상태에 따라 워낙 오류가 잦아서 그런 변수를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운전부문에서 점수를 따 놔야 승산이 있더라고요.

백태현 수석 프로그래머님을 도와 제가 차석 프로그래머를 자청했죠. 마침 태현이 노트북이 제일 안정적이더라고요. 드라이빙 훈련을 1등으로 마무리한 석규는 아쉽게도 노트북 오류로 프로그램 작업은 하지 못했어요. 엄마께 “‘똥컴’ 바꿔 달라’고 조르고 졸라 결국 새 노트북을 사주신다는 약속을 받아내더군요. 이번 대회를 위해 한 달 전 구입한 제 탭북 기종으로요. 역시, 대단한 집념의 소유자예요. 다음 훈련 땐 석규 혼자 짜온 프로그램으로 태현이와 저의 공동 프로그램을 이길 거래요. 결과가 기대되시죠, 개봉박두!

김서준 학생기자(NLCS제주 4학년)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는 팀RGB. 왼쪽부터 백태현군, 로보쌤 이종환, 김서준·노석규군.

<로보쌤의 원포인트 레슨>⑥로봇의 ‘생활계획표’ 프로그램

여러분은 하루 동안 어떻게 생활하나요?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 먹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짬짬이 놀다 점심을 먹죠. 방과 후엔 영어나 피아노를 배우기도 하고, 태권도나 검도 같은 운동도 할 테고요. 이처럼 우리는 자기만의 일정에 따라 생활합니다. 특히 방학 땐 ‘생활계획표’를 그려가며 하루를 설계하지요.

로봇에게도 이런 계획이 필요한데요, 바로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은 로봇이 움직이는 모든 순서를 미리 짜놓은 일종의 생활계획표예요. 프로그램이 없는 로봇은 그저 멍하니 기다릴 뿐, 프로그램이 입력돼야 비로소 일을 할 수 있게 된답니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컨트롤러’로 조종하면 프로그램이 필요 없겠다고요? 그렇지 않아요. 컨트롤러를 쓰기 위한 프로그램이 또 필요합니다. 이때 로봇은 컨트롤러에서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팀RGB가 참가하는 ‘벡스 아이큐 챌린지’에는 크게 두 종목이 있어요. 하나는 컨트롤러로 조종하는 운전종목,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만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종목입니다. 그런데 스콜피온에는 센서를 달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그램만으론 많은 점수를 내기가 쉽지 않답니다. 그래서 훈련을 통해 정밀하게 각도와 거리를 계산해 넣어야 해요. 로봇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수학을 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네요.

이종환 (서울 창천초등학교 교사, 사단법인 한국과학발명놀이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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