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C형 간염, 완치 가능한데 왜 불안해 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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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발달은 질병 역사를 바꾼다. 새로운 백신·치료법을 개발해 인류를 괴롭혔던 질환을 정복한다. ‘B형 간염’이 좋은 사례다. 감염 경로와 원인이 밝혀지고 백신이 개발되면서 점차 환자가 줄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간 질환들도 정복된 것은 아니다. C형 간염은 오히려 최근 5년 새 증가 추세를 보인다. 전체 인구의 1~1.5%가 C형 간염 환자일 것으로 추정한다.

 C형 간염은 체액·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손톱깎이, 칫솔은 물론 소독하지 않은 침·주삿바늘이 감염원이다. 일단 감염되면 대부분 만성화돼 간세포를 서서히 파괴한다. 간경변증·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만성화는 간염→간경변→간암으로 이어지는 간질환 사슬의 첫 단추다. 국내 전체 간암 환자 10~15%는 C형 간염과 관련이 있다.

 C형 간염이 만성화하면 자연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을 키우기 쉽다는 것. 흔히 간 건강이 좋지 않으면 피로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만성 C형 간염 환자가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는 6%에 불과하다. 속이 더부룩해 병원을 찾았다가 C형 간염이 간경변·간암으로 악화한 경우도 있다.

 안타까운 일도 있다. 한 번은 무릎이 아파 정형외과에서 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혈액검사에서 간 기능이 떨어진다며 병원을 찾은 환자가 있었다. 70세 여성인 이 환자는 살면서 피로감·복부 더부룩함·식욕부진·황달 같은 간 이상 증상을 겪은 적이 없다고 했다. 간 초음파와 바이러스 검사 결과, C형 간염이 간경변증으로 악화한 상태였다. 종합건강검진이나 간 검진을 1년에 한 번씩이라도 했다면 더 빨리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질병 역사가 짧다. 처음 발견된 것도 25여 년 전에 불과해 인식도 낮다. 검진 자체가 적다 보니 확인된 유병률도 추산치에 그친다. 실제 C형 간염 환자 진단율은 2012년을 기준으로 10.4%에 불과하다. 다행히 C형 간염 치료 경과나 환경은 낙관적이다. 만성 C형 간염은 만성질환 중에서는 유일하게 ‘완치’할 수 있다.

페그인터페론 주사로 제대로 치료받으면 간염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한국인이라는 인종적 장점도 있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C형 간염 치료제에 잘 반응해 치료효과가 우수하다. 정례적인 검진, 환자의 의지만 있다면 C형 간염은 정복할 수 있다.

신우원내과 신우원 원장(전 동아대의료원 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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