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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신비 어린 아프리카의 「타나」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 「아디스아바바」에서 푸른 「나일」강의 최 상류에 자리잡은 「타나」호를 찾기로, 했다.
이 호수는 「아비시니아」고원의 신비를 간직하고 잇는 호수다.
「아디스아바바」에서 가는 동안 이 나라의, 시골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좌경한 정치적인 노력이 여기까지는 아직도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지 10여년 전의 시골 사람들의 동태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도시에서는 좌경하는 색채가 완연하지만 대자연의 품에 안겨 사는 벽지의 「이디오피아」사람들은 태고의 모습이나 다름없이 순수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건 아랑곳없이 원죄 이전의 「아담」과 「이브」라고 할만큼 거의 나체로 살고 있는데 마음이 어질기 그지없다. 목이 말라 오막살이집을 찾아가 물을 좀 얻어먹을 수 없느냐고 손짓을 하니 아래만 약간 헝겊으로 가린 아주머니가 검은 입술에 「피아노」의 백건처럼 흰 이를 드러내며 반기면서 물을 한바가지 떠준다. 그 사랑이 고마운지 물맛도 좋아 보였다. 「아프리카」여행은 네 차례로서 꽤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이디오피아」사람도 사랑이 넘치는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낯 선 나라 사람이건만 친절히 도와주는 것을 보면 미개할수록 선성을 지니는 것이 아닐까. 자연만이 옳다고 한 「괴테」의 말도 어쩌면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타나」호까지 오면서 자연이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아프리카」의 「스위스」라고 찬양하는 말도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았다.
「타나」호에 이르자마자 땀이 비오듯 흘러서 곧 「룩색」을 벗어 던지고 「팬츠」바람으로 물 속에 뛰어들었다. 우리 나라 경기도 만하니 수평선만이 아스라이 보여서 바다와도 같이 넓어 보였다. 「나일」강의 분류의 하나인 청 「나열」강의 빙원을 이루는 만큼 고대 「이집트」의 「나일」강물도 바로 여기서 흘렀으리라고 생각하니 예사롭지가 않았다.
이 호수를 더럽히는 것은 죄스럽지만 며칠 동안 땀에 젖고 매가 낀 옷들을 빨아서 호숫가의 바위에 널었는데 알고 보니 바로 그 밑에는 공교롭게도 뱀처럼 도시란 더러운 것이 향기롭지 못한 냄새를 풍기고 있지 않은가. 비위가 거슬리지만 나는 내 몸 속에 직접 아로새기기 위하여 이 호수의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을 잊지 않았다.
누군가의 장시 「호수」란 것이 있지만 호수란 오만가지 서정적인 「이미지」를 풍겨준다.
게다가 이 호수는 소풍객이며 관광객들이 별로 오지 않아서 순수한 자연의 모습대로 지니는 것이 좋으나 왜 그런지 쓸쓸했다. 「옹딘」(물의요정)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엉뚱한 몽환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대서 행여나 「물의 요정」이 나타나지나 않을까 하며 물 속을 곤두박질하여 찾아보기도 했다.
이 「다나」호에서 얼마 떨어진 역시 청「나일」강 상류에 있는 폭포를 찾기로 했다. 「아프리카」에는 「로디지아」에 세계 3대 폭포의 하나인 「빅토리아」폭포가 있는데 그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콘 폭포가 없는 우리 나라 사람의 눈엔 매우 큰 폭포일 것이다.
이 푸른 「나일」강에는 「크로코다일」종류의 악어가 산다지만 물살이 좀 센 상류이기 때문에 많이 살지 않는지 별로 눈에 띄지 앓았다. 먹을 것도 떨어져 흘흘 굶다시피 하며 다니는데 물고기라도 잡아서 요기를 할 양으로 폭포 아래를 흐르는 강에 들어가 보았으나 물고기도 보이지 않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맨손으로는 잡을 수 없어 아쉽게도 그냥 나와버렸다. 「아디스아바바」에서 꽤 먼 벽지인 이 푸른 「나일」강 상류에 와보니 인가도 그리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폭포에서 얼마쯤 가니 마침 저녁때 어떤 오막살이집에서 맛있는 음식 만드는 냄새가 났다.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음식이란 딴 것이 아니었다.
10여년 전에 왔을 때에 많이 얻어먹은 이 나라 특산의 작물인 「데프」로 만든 「인제라」란 음식이었다. 이 「데프」란 「이디오피아」의 80%를 차지하는 고원에서 나는 벼과의 곡식인데 이 나라 사람들은 이것을 가루로 만들어 반죽을 하여서 며칠 동안 두었다가 약간 발효하여 새금새금해 졌을 때 엷고 둥글게 빚어 철판에다 불로 구워서 먹는다. 우리 나라 사람의 입에도 맞아서 참 좋았는데 이 집에서는 마침 이 음식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느닷없이 낮선 나라사람이 나타났으니 적이 놀라면서도 어떻게 내가 굶주리고 있던 것을 알기나 한 듯이 먹다 말고 먹으라고 주었다. 하도 고마워 갓 구운 것을 한입 삼켰더니 목구멍이 데는 듯 뜨거워 비명을 질렀더니 가족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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