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단의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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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몬트리올·올림픽」에 출전한「레슬링」의 양정모 선수는 금「메달」을 획득, 전 국민을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그의 금「메달」로 한국은 해방 후「올림픽」참가사상 처음으로 정상의 영광을 차지한 것이며 한국인의 숙원이 드디어 달성되었다.
그는「올림픽」의 마지막날 답보와 저조 속에 우울했던 선수단과 현지교포들에게는 물론 ,무덥고 지루한 한여름의 가뭄에 지쳐있던 온 국민들에게 터질 듯한 기쁨의 소나기를 안겨다준 느낌이다.
태극기를 들고 처음 참가했던 1948년 제14회「런던·올림픽」이래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고대하던「올림픽」금「메달」은 실로 민족적인 기쁨으로 통하는 것이다.
양정모가「레슬링」자유형「페더」급에서 성취한 성공은 그 자신의 오랫동안에 걸친 피나는 각고와 수련을 통해 얻은 것이라 하겠으나, 동시에 전국민을 고무케 하는 민족적 승리의 증거이며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귀중한 교훈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것은 물론 1936년에 손기정선수의 금「메달」이 상징하던 것과 더불어 민족적·국가적 수난의 과정에서도 한국인은 결코 좌절하지도 낙망하지도 않는다는 뚜렷한 확신을 국민의 가슴마다에 심어주는 것이다.
민족사의 시련과 고통들이 심하면 심할 수록 그 시련 속에 키워진 민족의 저력은 오늘의 세계 무대에서 획득한 정상으로써 다시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이번 제21회「올림픽」에서 금「메달」하나만이 아니라「올림픽」참가사상 가장 많은「메달」을 획득한 것도 특기할 일로서 이는 곧 우리 민족역량의 전반적인 성장과 발전을 상징하기도 한다.
유도 장은경의 은, 박영철의 동, 조재기의 동,「레슬링」자유형 전해섭의 동, 여자배구의 동「메달」등6개의「메달」은 모두 값지고 귀한 것들이다.
특히 여자배구는 단체구기종목에서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 동양인의 천부적인 체격·체력의 열세를 극복하는 장거를 이룩했다.
그것은 비단 신체적 조건을 극복한 성과로서만이 아니라「팀」전체의 협동으로 이룩한 성공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더욱 값진 것이다. 우수한 개인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상호 이해와 협동심이 부족한 때문에 좋은 단체·좋은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는 우리 스스로의 자멸에 대해 우리는 이제 결별을 고할 때가 왔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럴수록 우리 선수들이 이룩한 이 같은 성과를 이번 한번에 그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번 차지한 정상은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지고 더욱 큰 영광으로 이어져야하는 과제를 안겨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 선수들이 인류의 대제전에서 이룩한 획기적 성공은 국가적 체육정책의 기틀로 되어야하며 전 국민의 체위향상이라는 보다 큰 목표설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공산국가에서와 같은 국가관리체육으로「스포츠」에서의 승리를 도모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으나, 우리가 국민체육의 진흥에 좀더 큰 힘을 기울임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절대적인 요청이다.
뿐더러「올림픽」이 오늘날 정치에 오염되었다고는 하나 인류를 한 울타리에 모아 상호 우의와 이해를 높이는 목적을 가진 유일한 행사이기 때문에 인간의 능력을 확대하고 인간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이 자리에 자신 있게 참가하기 위해서도 국가적 체육지원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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