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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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덥다. 소나기라도 쏟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나라의 여름은 전형적인 열대성기후라고 말한다. 열대와 온대의 경계는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섭씨 18도라는 선이 그어져있다. 가장 낮은 기온이 18도를 넘으면 그것은 열대성기후와 같다.
요즘은 18도는 커녕 최저기온이 전국에 걸쳐 20도를 넘고 있다. 열대지방의 주민들은 1년 내내 이런 기후를 견디며 살고있다. 그러나 이들에겐 「스콜」이 있어 한숨 돌릴 여유를 주는 것이다.
웬일인지 요즘은 그것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하늘은 메마르고 땅도 메마르다. 서울의 어느 변두리엔 상수도까지 말라있다. 이들의 여름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생각하는 사람조차 숨이 막힌다.
우리 나라의 열대성기후는 무려 4개월이나 계속된다. 그 중에서도 7월 하순부터는 더위가 한고비에 이른다. 기록상 가장 더웠던 기온은 40.9도다. 연 월 일은 불분명하지만 함북 부령지방이 그런 기록을 갖고 있다. 북쪽이 그렇게 더웠던 것은 좀 의외다. 그러나 우리 나라 기후의 지역적인 특성을 보면 여름엔 남북성이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겨울의 경우, 제주와 중강진이 무려 25.6도의 차이를 보여주지만, 여름엔 3도의 차이밖엔 없다.
1942년8월1일 대구의 기온도 기록으로 남아있다. 40도였다. 그보다 훨씬 전인 1932년8월1일 전북 무주도 40.3도나 되었다.
사람이 견디기에 쾌적한 기온은 20도 정도다. 그러나 이 기온도 상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바깥기온이 33도일 때 실내기온은 25도 정도만 되어도 한숨 돌릴 수 있다. 사람은 그만큼 적응력이 놀라운 것이다.
휴가도 대체로 7월 하순 무렵이 절정을 이룬다. 여름의 「파리」엔 『개와 미국사람들 뿐』이라는 속담이 있다. 도시의 주인들은 모두들 휴가를 떠나고 텅 비어있다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바캉스」(공허)다. 「프랑스」의 법정유급 휴가는 연 4주.
하루 30여「페이지」를 발행하는 「르·몽드」도 7, 8월 두 달은 그 면 수가 반으로 준다.
「라디오」·TV 시간도 줄어든다. 「프랑스」사람들이 독일인을 욕할 땐 『「바캉스」도 즐길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한단다. 그런 서독도 요즘은 법정휴가가 4주다.
요즘 우리 나라의 은행원들은 여름휴가를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보너스」에서 「마이너스」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름을 더 덥게 하는 얘기들뿐이다. 중복을 넘기며 좀 시원한 화제는 없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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