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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기회의 확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재수생대책시안」을 공개토론에 붙인 24일 공청회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음직하다. 시안 속에 포함된 여러 제안들의 다면적 성격이나, 그 외연과 내포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이를 단 하루 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커버」하면서 30명이 넘는 각계대표들의 의견을 고루 청취하려고 했던 시도는 처음부터 좀 무리한 것이기는 했지만 이번 공청회를 통해 주요쟁점에 대한 찬반의견의 흐름을 대체로 뚜렷하게 부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시안이 건의하고 있는 제반시책 중 대체로 반대가 많았던 문제영역이 뚜렷해진 것도 하나의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고교생학력국가고시제의 신설제안을 비롯하여 3수 자 감점과 4수 이상의 자격박탈, 재수생의 모교 지도제, 고교 졸업후 취업자의 최저임금제, 기업체 공동설립의 기술대학운영문제, 서울소재 대학들의 지방이전 및 분교설치 등은 현실성이 없거나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배척 당한 것이다.
다음 찬성과 지지를 받은 시책내용도 그 이유가 뚜렷해졌다. 중·고교 과정에서는 물론 되도록 국민학교 과정서부터 직업관을 심어 효과적인 진로교육을 강화해야하며, 실업고교를 대폭 확충하고 그 질적 강화를 통해 정말 쓸모 있는 기능인력을 공급할 것, 직업훈련 기관의 공영화, 고등교육 기회의 다양한 확대와 이를 위한 재정투입의 증대 등이 지지를 받은 것은 그것들이 문제해결의 순리적이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주목해야할 것이다.
시안 가운데서도 특히 주요시책의 제 1항으로 제시되고 있는 『고등교육 기회의 다양한 확대』 건의에 대해 그토록 많은 공개적인 지지가 표명된 것은 하나의 전진이라 하겠다.
이른바 「대학망국론」이 상징하고 있듯이, 종래 우리 나라에서는 대학교육 전반에 대한 반감 내지 무용론이 상당히 뿌리깊게 형성돼 있었을 뿐 아니라, 그밖에도 여러 정치적·사회적 이유 때문에 고등교육 인구는 되도록 억제하는 것만이 정론인 것처럼 잘못 인식돼 왔었다.
그런 사이, 세계 대세는 한국의 고등교육을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매우 낙후된 상황으로 위축시켜온 것을 외면할 수 없다.
그 구체적 실증 몇 가지가 이번 공청회를 통해 드러난 숫자를 통해 나타났다. 예컨대 우리 나라 인구 1천 명당 대학생수(초대·각종학교까지를 포함한) 8.5명(75년)은 미국의 37.35명(68년) 일본의 21명(75년)에 비해서는 물론, 가까운 자유중국의 11.78명(68년) 「필리핀」의 16.31명(68년)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60년대 이후 세계 각 국에서 일고 있는 급격한 고등교육인구 팽창추세를 고려할 때, 이 나라 고등교육 정책의 지나친 보수성은 비단 재수생 문제의 해결방안으로서 뿐만 아니라, 보다 거시적인 국가 발전정책의 일환으로서도 이 문제가 시급히 재검토되어야 할 과제임을 입증하고있다.
지난 60∼70년간 선진 각 국의 대학인구 팽창률은 미국 1백%(4백만명) 일본 3백80%(2백만명)의 예를 들것도 없이 괄목한 것인데 우리의 경우 같은 기간 중 59%에도 미달하는 답보상태를 뚜렷한 이유 없이 견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별다른 부존자원 없이 세계에 약진하기를 기약하면서 고급인력 양성을 일종의 죄악시하던 종래의 타성이 낳은 웃지 못할 결과인 것이다.
더군다나 그동안에 실시된 중·고교 무시험 진학제 등으로 급팽창한 중등교육인구 때문에 대학진학률이 65년의 32.3%에서 76년에는 19.7%로 크게 후퇴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이 나라 고등교육에서 국·공립대학을 위한 정부재정 투자비율(대GNP) 0.16%(71년)는 68년 기준 일본의 0.7%, 미국 2.3%, 영국 1.0% 등과 견주어 우리 정부당국자의 대학교육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하고 인색했던가를 너무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한 한, 우리는 이제 재수생문제의 가장 합리적이고도 현실적인 해결을 기하는 견지에서도 대다수 공청회 인사들이 지적한대로 각종 고등교육 기회확대를 위해 용감한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에 있는 것이다.
국·공·사립 할 것 없이 시설과 교수요원의 확보가 가능하다면, 기존 대학들의 정원증가에 결코 인색할 이유가 없는 것이며, 특히 현재는 연중 39%밖에는 활용치 못하고 있는 각종 대학시설물을 좀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야간제·계절제의 대폭적인 확대운영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밖에 정규대학 과정의 방송통신대학 운영을 위해 조속히 영국·일본 등의 선례를 좇는 획기적 두뇌전환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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