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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이콘 된 두 건물, 건립과정은 극과 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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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지난달 21일 개관한 가운데 지금 건축계에서는 DDP와 더불어 서울시청 새청사(2012년 8월 준공·이하 서울시청)이 비교 토론 대상으로 떠올랐다. 두 건축물 모두 시민의 세금으로 지은 공공건축물이라는 점에서다.

 각기 용도는 다르지만 DDP와 서울시청은 각기 독특한 외관으로 서울 도심의 유서깊은 자리에 지은 ‘아이콘’같은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남다르다. 그러나 건립 과정은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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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 공모’ 대 ‘턴키(turnkey) 입찰’=두 건물의 시공사는 삼성물산으로 똑같다. 그러나 그 과정은 크게 달랐다. DDP는 조성룡·승효상 등 국내 건축가 4명, 자하 하디드와 스티븐 홀 등 해외 건축가 4명 등 모두 8명의 지명 공모전으로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끌고갈 건축가를 먼저 뽑은 것이다. 반면 서울시청은 턴키 입찰 방식(설계·시공을 한 곳에 몰아서 맡기는 것)으로 했다. 턴키는 건설회사가 주도권을 쥐고 디자인 개발과 시공을 모두 추진한다.

 서울시청 건축 과정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설계회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항아리’모양 디자인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되는 등 설계안이 다섯 차례나 변경됐다.

결국 서울시는 4명의 국내 건축가에게 디자인을 받아 유걸씨의 디자인을 최종 결정했다. 한양대 건축학과 서현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중요한 공공건축물을 대부분 턴키로 지어왔다. 턴키는 발주처 입장에서는 편할 수 밖에 없다”며 “건물의 디자인이나 완성도보다는 행정편의에 무게를 두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건축가의 참여 정도=DDP는 자하 하디드 사무소가 설계·감리를 모두 맡아 전 과정을 주도했다.

서울시청을 설계한 건축가 유걸(아이아크 건축가들 공동대표)씨는 건설회사에 설계 도면을 넘겨준 뒤 시공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 자신이 설계한 도면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지켜볼 수 있는 ‘감리’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걸씨는 “턴키로 할 경우 건축가 역할은 ‘그림’(도면)을 그리고 넘겨주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건축가의 진정한 역할은 시공과정에서 재료 선택과 디테일 등을 엔지니어들과 협의하며 개발하는 데 있다”고 했다.

유씨는 “DDP 프로젝트에서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게 전체 과정을 통제할 권한을 준 것은 의미있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의 수석 디자이너 패트릭 슈마허는 최근 건축전문지 ‘공간’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청 새청사 논란이 우리가 감리를 볼 수 있게 해 DDP가 질적으로 성공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국 건축가 대 한국 건축가=DDP는 ‘외국 건축가 프리미엄’을 크게 누렸다는 의견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DDP의 예산 증액이다. DDP는 2007년 예상 사업비가 2274억원이었지만 완공 후 결산한 비용은 4840억원이었다. 임영환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국내 다른 공공건축에서 예산증액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화재 발굴로 설계가 변경되면서 증액은 불가피했겠지만 두 배로 뛴 것은 외국 건축가의 명성과 파워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건축을 발주하는 공무원들이 국내 건축가들을 상대적으로 홀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들의 모임인 서울건축포럼(의장 김인철)은 오는 17일 오후 7시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시청과 동대문디자인파크’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를 기획한 건축가 박인수 파크이즈 대표는 “두 건물은 서울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지은 의미있는 건물이다. 앞으로 더 좋은 공공건축을 만들어내기 위해 두 프로젝트의 기획·시공 과정에서부터 디자인까지 토론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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