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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속 한·일, 한·러 관계 살펴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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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 미ㆍ중ㆍ일ㆍ러는 외교가에서 소위 4강이라 불리며 우리 외교의 중심축을 이뤄왔다. 최근 G2로 부상한 미ㆍ중에 비해 일본과 러시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일본과 러시아를 배제하고 북핵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를 논하긴 어렵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한ㆍ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고, 러시아는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등 협력이 확대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며 국제 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7일 각각 위성락(60ㆍ외시 13회) 주러대사와 이병기(67ㆍ외시 8회) 주일대사를 만나 위기의 한ㆍ일 관계와, 긴장 속 한ㆍ러 관계를 들어봤다.

이병기 대사

이병기 주일대사는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일본에 있지만, 최근 개선 분위기가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사는 “한일관계 악화는 과거사에 대해 충분한 반성과 책임을 느끼지 않는 일본의 태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되면서 비롯됐다”며 “최근 아베 총리가 고노담화 불수정을 약속하며 종전에 비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시작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은 서로 북핵ㆍ경제 등 이익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실현을 못시키는 상황이라 안정화가 시급한 과제”라며 “일본 내 인사들도 하루 빨리 한일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데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전 예정된 한ㆍ일 국장급 ‘위안부 협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사는 “위안부 문제는 과거사 문제의 상징처럼 돼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이 성의를 갖고 나오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 협의가 양국관계 개선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됐지만 위안부 문제는 들어있지 않았다”며 “일본 정치지도자들도 (위안부 문제는) 한번 짚고 넘어가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내년은 한일관계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로 지난 50년이 한일관계 1.0의 시대였다면 내년에는 한일관계 2.0시대를 새로 열어야 한다”고 올해 내 양국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의 우경화 원인은 국내 정치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이 대사는 “일본 국내에서 부상하는 중국과 한국 등을 보며 내셔널리즘이 발생했고 여기 아베라는 정치인이 더해져 (우경화가) 발생한게 아닌가 싶다”며“아베노믹스를 비롯한 일본의 규제개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정권유지 문제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본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우려에는 “우리 동의 없이는 한반도와 관련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어렵기에 예민할 필요는 없다”며 “투명한 방식으로 의구심 없이 동북아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락 대사

2년 반째 주러 대사를 맡고 있는 위성락 대사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국제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위 대사는 “지난해 두 차례 한ㆍ러 정상회담 등 러시아와 관계가 가까워지던 중 예상치 않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있었다”며 “서구와 러시아 관계 속에서 우리에게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내부에서 여론은 민족주의적 분위기의 영향으로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하는 경향이 더 많다”며 “전반적 파장에 대해 연구 중으로 (한러관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지역이나 나라, 이슈별로 파장의 강도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북핵문제에 있어 한ㆍ미ㆍ일과 중국의 중간 입장으로 대화 재개는 중국쪽에 가깝고 비핵화 원칙 등 (비핵화로) 가는데 짚어야 할 문제는 한ㆍ미ㆍ일에 가깝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좌표가 약간씩 미세조정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북ㆍ러관계에 대해 위 대사는 “북한은 중국 중심의 관계를 맺고 있지만 러시아를 통해 다변화를 모색하는 경향이 있다”며 “장성택 처형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북러가 경협을 지속하려는 기류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남북러 경협가능성이 있는 나진-하산 사업에 대해서는 “남북러가 하는 사업중에는 가장 개연성이 큰 사업으로 상당부분 진척돼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위 대사는 “러시아도 극동지역 발전을 위해 한반도 통일에 긍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러시아가 6자회담 내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워킹그룹의 의장국가인만큼 러시아가 다자 안보영역을 맡고 우리는 에너지, 원자력, 해양, 환경 등 소프트이슈를 주도하는 식의 상호 보완적 협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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