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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의식주는 변하고 있다(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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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택에 대한 선호 기준도 세월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10여년 전만 해도 일반에게 생소했던 「아파트」가 이제 편리한 문화적 도시주택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일반 주택에서도 입식생활 등 서구적 양식의 도입이 날로 늘고 있다.
처음부터 「아파트」주택의 보급을 주도한 것은 정책당국이다. 인구과밀로 날로 심각해지는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아파트」건설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
62년 주택공사가 지은 서울마포「아파트」(6층 4백50가구)를 사실상 효시로 서울시·부산시 등이 불량지구개량사업으로 건립한 시민「아파트」·공무원「아파트」등이 「아파트」의 인식을 새롭게 한 계기가 됐다.
70년대 들어 주공 등 공공기관이외에 「아파트」의 상품성에 착안한 민간기업들이 「맨션」등 고급「아파트」건설에 다투어 끼어 듦으로써 대도시의 「아파트」건설은 일대「붐」을 이루었다. 따라서 50년대에 2백여 가구에 불과하던 「아파트」가 70년엔 3만3천 호, 75년 말 현재 11만6천 호로 늘어났다.
전체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1.8%정도에 지나지 않으나 대부분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 집중, 74년 말 현재 서울은 7%, 부산은 4.4%가 「아파트」생활을 하고 있다.
「아파트」는 핵가족화현상에 걸맞게 합리적인 간편 주택이란 점에서 결혼초년생이나 자녀가 적은 가정, 사회생활이 활동적인 사람, 특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K복덕방 주인 박영진씨의 얘기다.
그러나 지나치게 획일적이며 공동생활의 부담이 따른다는 등 단점도 지적된다. 건축가 최창규씨(전 건축가협회장)는 「아파트」가 마치『닭장이나 새장을 방불케 한다』면서 주택의 개성적 맛을 살릴 것을 강조한다. 더욱 『일부「맨션」등 입주자들이 「스테이터즈·심벌」로 생각하는 듯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가소로운 일이 없다』는 주장.
또 요즘 일반주택의 경우 20만원이면 충분한「아파트」가격이 평당 30∼40만원씩 나가는 것은 기현상이며 그 정도면 독립주택에서 훨씬 나은 집을 꾸밀 수 있다는 비판도 한다.
관계당국에서 실시한 전국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도시의 무주택가구 중 단독주택을 원하는 사람이 75.5%,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이 8%의 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주거「패턴」으로서의 「아파트」의 위치는 어느 한계점에 있음을 말해준다.
주택의 양식은 대도시에서 한옥이 37.2%, 양옥이 50.4%비율로 원하고 있음에 반해 중소도시에선 아직도 49%가 한식을, 25%가 양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일수록 서구「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한 한식도 방풍·열 관리 등에 모순이 있어 내부적으로 양식화해야하며 순수양식도 전통적인 온돌을 무시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립주택은 사실상 한·양 절충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집은 새로 지을 때나 고를 경우에도 주택의 외양보다「보일러」·수세식변소 등 공학적 편익시설에 치중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라고 건축가 공일곤씨는 말한다.
웬만한 집이면 입식부엌·수세식변소·「소파」등 의자 식 가구 등은 대개 갖추려는 자세라는 것이다. 다만 온돌에 대한 집착은 대단해서 『숱한 집을 설계하면서 온돌방을 끼지 않는 집은 설계해보지 못했다』고 밝힌다.
주택의 공법 역시 종래 자급자족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엔 시공재료의 70∼80%를 공장생산품으로 쓰며 자재의 대량생산에 의한 조립식주택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한편 도시의 여유 있는 소득 층에선 전원주택·주말주택 등 이른바「세컨드·하우스」를 찾는 새로운 취향도 늘어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얘기다. <지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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