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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틴틴]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풀 백과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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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풀 백과사전/이유미.서민환 글, 이원규 사진, 현암사, 3만8천원

페이지마다 만든 이들의 땀과 정성이 촘촘히 배어 있는, 드물게 보는 어린이용 식물도감이다. 아니 도감(圖鑑)이란 말은 틀렸다.

단순히 사진이나 그림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과 사진과 그림이 제대로 어우러진, 빼어난 백과사전이다.

우선 글쓴이와 사진 작가가 듬직하다. 국립수목원 연구관인 이유미(41)씨는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공자.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가지'(95년), '한국의 야생화'(2003년)등으로 이미 이 방면의 유능한 저술가로 정평이 나 있다.

서민환씨 역시 산림생태학을 전공한 박사로 국립환경연구원 연구관이다. 사실 두 사람은 동갑내기 부부다. 대학(서울대 산림자원학과) 에서 만나 인생과 학문, 둘 모두에서 '함께하는' 행복한 커플이다.

'숲으로 가는 길'(97년), '한국의 천연기념물'(98년), '쉽게 찾는 우리 나무 1.2.3.4'(2000년)는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책이다.

저자들은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이 책에서 2백80여종에 달하는 풀이야기를 감칠맛나게 풀어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식물은 물론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풀들을 모았다.

풀마다 간단한 설명과 자생하는 곳.모습.잎.꽃.열매.쓰임새를 눈에 잘 들어오게 정리했다. 꽃과 열매가 1년 중 언제 피는지, 잎차례가 어떤 모양인지 그림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수선화나 히아신스처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식물은 관련된 이야기를 간단히 달아주고 가정에서 심을 수 있는 풀은 '심어 가꾸려면'이라는 항목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사진이다. 사진작가 이원규(47)씨는 25년간 생태사진만을 찍어왔다. 92년 '제1회 환경생태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을 만큼 이 분야의 베테랑인 그는 10년 전부터 풀과 나무를 다룬 백과사전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왔다.

풀들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의 큰 사진이 있고, 그 옆에 꽃과 잎, 줄기.뿌리 등을 확대한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 시각 효과를 높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씨의 땀과 열정 덕이다. 이 책에는 이처럼 선명한 컬러 사진이 7백20여컷이나 나온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제작에만 2년 넘게 공을 들였다는 편집진의 자부심과 사명감이다.

어린이 책이라 해서 눈높이를 맞춘답시고 '어린이에게 맞는' 정보만 주려고 했다면 책 곳곳에 구멍이 숭숭 나고 허술해졌을 터다.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좀 어렵고 더뎌 보여도 '앞으로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정보까지 미리 줄수록 식물 공부에 제대로 길들일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래서 자연공부에 둔한 어른이 봐도손색없는 백과사전이 됐다.

본문 외에도 '꽃색깔로 찾아보기''교과서에 나오는 풀''식물학 용어 풀이''풀이름 찾아보기''학명 찾아보기' 등 충실하고 꼼꼼한 색인에 눈길을 멈추다보면 편집진의 노고에 진정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쓰다보니 찬사만 늘어놓은 꼴이 됐다. 하지만 앞서 든 이유들 때문에 이 책은 아무리 찬탄받아도 과분하지 않다. 다음달께 나온다는 어린이용 나무백과사전도 기대해본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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