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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기 오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단 5분간만 호흡하지 않아도 살 수 없는 공기를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우리는 이를 함부로 더럽히고 대자연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예사처럼 저지르고 있다.
아황산 「개스」에 의한 서울시내 대기 오염도가 75년 한 해 동안에 74년보다 무려 3배나 늘어난 0·12PPM에 달했다는 것이다. 대기 오염도 세계 최악으로 알려진 동경의 0·05PPM보다도 훨씬 높은 오염치가 이 사실을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서울의 청자빛 하늘과 맑은 공기는 근년에 와서 분진, 석탄·석유의 연소산물인 아황산 「개스」, 자동차 배기속에 포함된 일산화탄소 등에 의해 날로 더럽혀져 빈번한 「스모그」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오염돼 버렸으며 앞으로 「아파트」 단지·공장·자동차 등에 의한 석유계 연료의 소비량이 증가됨에 따라 더욱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서울의 대기 오염도가 이미 위험 치에 육박하고 있다는 절박한 사정을 알리는 경종은 시내 가로수들의 황화 현상과 이상 낙엽·괴사 현상 등을 통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울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식물에겐 매연과 배기「개스」가 가장 유해하며, 이런 오염 물질에 의해 식물의 영양소인 탄산 「개스」를 흡수하는 입구인 기공이 막혀 버리기 때문이다.
공해에 가장 강한 「플라타너스」나 은행조차 심한 공해로 시들어 가고 있는 형편이라면, 하물며 이로 인한 시민의 위생과 건강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긴 설명의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시커먼 매연으로 뒤덮인 악명 높은 무악재·미아리고개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도심지에선 이제 평소에도 눈이 따갑고 눈물이 나며 목이 쓰리며 기침이 나고 시커먼 가래가 나오는 등 불쾌하고 고통스런 현상이 거의 일상적인 일로 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 오염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이렇듯 우리 국민의 건강이 조석으로 결딴 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라 하겠다.
자외선 부족에 의한 「비타민」D 결핍증·어린이의 발육 부진·구루병 발생 증가·호흡 점막의 자극 증상 뿐 아니라 일반 건강 상태의 저하·이환율·사망율 증가·기관지염·폐렴의 증가·심지어는 폐암 발생 등이 대기 오염의 만성적 영향으로 주장되고 있다.
주지된 바와 같이 현대 문명의 공통 악이라 할 수 있는 대기 오염은 이렇듯 시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가축·농작물·금속·공예품·건축 자재 등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쳐 마침내는 국민 경제적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래서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일은 우리 시대가 당면한 시급하고도 공통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공기를 오염시키기는 쉬워도, 이를 다시 되돌리는 일은 어려울 뿐더러 많은 돈과 노력과 긴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니 더 늦기 전에 손을 써야만 한다.
이런 상황하에서 우리에게 지금 주어진 시급한 과제는 환경 문제를 전담하는 환경청을 신설, 독립시켜 일원화된 체제 아래서 좀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공해 행정을 펴 나가야 하겠다는 것이며, 환경 오염 평가 본부나 환경 정보 「센터」 같은 것을 두어 좀 더 적극적으로 공해 문제를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하겠다.q
공장 시설의 공해화와 「보일러」 취급자의 훈련 등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하겠으며 환경오염 관측 망의 보완, 집진 장치·제「개스」 장치 및 자동차의 정화기 부착을 의무화할 뿐 아니라 이를 철저히 지도, 감독해야 한다.
또 대기 오염의 중요한 원천인 자동차 배기「개스」의 규제를 위해서는 선진국의 「메이커」들처럼 저공해 자동차 개발에 주력하고, 근자 날로 그 소비가 늘어가는 「벙커」C유에 관하여서도 그 정유 과정에서부터 탈황된 양질의 유류를 생산하도록 강력한 규제가 가해져야 하겠다.
이와 함께 공해 방지 관련 사업체의 육성 지원, 교육 기관 및 「매스컴」을 통한 계몽 등의 활발한 전개로 서울의 하늘과 공기를 깨끗이 보전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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