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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주재 대사 통해 한반도 정세 살펴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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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외교와 대중 외교는 우리나라에 있어 기회이자 도전이다. 동맹 61년에 접어든 한미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는 평가를, 한중관계는 박근혜 정부 들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미·중의 치열한 패권 경쟁을 생각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미국은 최근 부쩍 가까워진 한중 사이를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고, 중국은 동북아 안보에 있어 결정적 순간이 왔을 때 한국이 결국은 미국 쪽에 설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현명한 외교술 발휘가 절실한 시점이다. 치열한 G2 외교전을 진두지휘하는 장수 격인 두 대사에게 한반도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안호영 주미 대사는 4일, 권영세 주중 대사는 2일 각각 만났다.

한·미·중 3국의 공동 관심사는 아무래도 북한이었다. 안 주미 대사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 미국이 기대와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높지는 않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기대가 좀 있었는데, 이후에 그 기대에 대단히 어긋나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우려와 실망감을 미국도 그대로 공유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미국이 도발을 일삼으며 비핵화 합의 이행을 거부하는 북한에 ‘진절머리’를 내며 방관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대해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며 중요하게 (북핵문제를)해결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좌절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북핵 문제가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은 명확하고, 미국이 방관한다기보다는 우리가 가장 큰 당사자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듯 하다”고 설명했다.

권 주중 대사는 지난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고 했다. 권 대사는 “지난해 초 핵 실험 이후 중단됐던 고위급 교류가 5월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방중과 7월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방북을 통해 일부 회복되고 정상화하는 모습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그렇게 원활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고위급 인사 교류는 안 이뤄지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부의 중국 방문 가능성도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이에 교감은 없음을 시사했다.

권 대사는 “중국 입장에서는 ‘주권국가인 북한에 대해 전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컨트럴 할 수 없다’는 항변을 한다”면서도 “중국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국이 가진 레버리지를 하나하나 말할 순 없지만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도 주요한 이슈였다. 권 대사는 “이병기 주일 대사를 만나면 저보고 행복한 대사라고 농담삼아 말한다”고 했다. 일본의 우경화 드라이브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실제로 한중 양국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함께 맞서면서 더욱 밀착하는 모양새다. 권 대사는 “한중이 가까워졌다는 것은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나 말하는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중국은 일반적으로 주재하는 대사들이 중국의 공직에 있는 이들과 접촉이 쉽지 않은데 제가 만나는 사람의 범위를 볼 때도 한중관계가 좋단 생각이 든다. 전임 대사들도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일본 문제는 한·미 관계에서도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모두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필수적인 파트너이자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은 ‘린치핀(마차바퀴 등에 꽂아 핵심 지지대가 되는 핀)’, 일본은 ‘코너스톤(주춧돌)’이라고 표현한다.

안 대사 역시 “미국 입장에서 어느 한쪽을 편들고 하는 입장은 취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이 (한일 사이의 갈등이)어디서 출발하는 문제인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안 대사는 “한·일 양국이 같이 책임질 문제라는 시각은 아니고 문제의 출발점이 어딘지 알고 있다는 발언이 과거에 있었다”며 미국이 은연중에 일본에 책임이 있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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