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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평생을 수양으로 보내는 승려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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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직자나 교직자가 아닌 일반 사회인들은 학교졸업과 함께 인격수련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을 포기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현실과 영합, 「이」만을 목표로 몰두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간은 상호불신하고 이웃에 대한 사랑이나 자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동체의식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10여년의 참선을 통해 불교의 깊은 경지를 탐조하려는 이범행 스님(55·조계종선학원 원장)은 현대인의 이 같은 상황을『인생의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목표가 있다하더라도「철학이 없는」목표이기 때문에 살·도·음·망·주의 유혹에 쉽게 빠져버린다고 말했다.
따라서 불가에 입문, 승려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불문에서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살·도·음·망·주를 하지 말라는 것이 오계이다. 오계란 승려는 물론 인간이면 누구나 지켜야 된다는 것이 범행스님의 설명이다. 일반인은 오계의 50배인 비구 2백50계와 그후 선을 통해 평생을 수련하며 살아가는 승려들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게된다.
범행스님의 설명에 의하면 한사람의 승려가 되기 위해서는 3개의 수련과정을 거친다. 처음이 일반인으로 불교에 귀의하길 희망하는 행자로서의 시기. 승려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의·식·주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줄 알아야한다. 1, 2년의 이기간에 행자는 사찰의 모든 궂은 일과 함께 오계를 지켜야 한다.
오계에 자신이 생기면 다시「높은데 앉지 말라」는 등의 오계를 추가, 십계를 지켜야 한다. 십계를 어기지 않으면 비로소 삭발을 하고 가장 미숙한 사미승이 된다.
사미십계를 받은 승려는 다시 완전한 승려가 되기 위해 인간의 본성과 속된 것을 버리고 불문의 요구인 비구 2백50계를 수계할 수 있도록 정진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경과 고승들의 언행을 기록한 문집.
경전과 문집은 정도에 따라 ▲초발심자경 등 초보적인 것과 불교의 일반원리를 배우는 3과 ▲고승들의 문집과 수행 록을 익히는 사집과 ▲금강경·원각경·능엄경 등을 배우는 사교과 ▲불구 최상승의 경전인 화엄경을 배우는 대교과 등 4개의 과정으로 나뉜다. 비구 2백50계를 수계하기 위해서는 10여년에 걸친 이 같은 경전 공부와 수양을 쌓은 후 통도사·해인사·법주사 등 큰 사찰의 율사승으로부터 비구계를 받는다.
그러나 비구계의 수계는 또 다른 수도의 시작일 뿐이다. 비구 2백50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참선·경전의 공부·불사 등을 통해 자기수양을 게을리 할 수 없다.
평생을 계속하는 일과에 승려들의 수양하는 모습이 잘 반영돼 있다. 일붕 스님(62·일붕선원 원장)은 승려의 일과가「사분정진」으로 구성돼있다고 소개했다. 사분 정진이란 ①상오4시부터 6시까지 ②상오9시부터 11시 ③하오2시부터 4시 ④하오7시부터 9시까지 각각 2시간씩 하루 8시간을 선·경전을 통한 자기수양을 위해 정진하는 것을 뜻한다.
모든 승려는 이 같은 사분 정진 이외에 새벽 3시면 도장석(도장석·사찰주위를 돌며 목탁을 치는 것)과 함께 일어나 주위를 정리하고 3시반에 대웅전에서의 예불에 참가한다. 상오6시·11시·하오4시30분에 하는 식사도 역시 수양의 일종. 식사가 시작되기 전 10분 이상을 오늘을 있게 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오관계」를 실시한다.
승려는 이처럼 평생을 수양으로 보내지만 불교에서는 선을 통한 수도를 가장 중요시한다. 일붕 스님은 선을 인간이나 종교를 초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의「하안거」와 10월 보름부터 정월보름까지의「동안거」동안 행하는 선의 참여 횟수를 승려의 가장 큰 경력인 법렵으로 인정한다. 즉 일반의 나이와 마찬가지로 치는 것이다. 하안거·동안거 동안 선에 참여하는 승려는 출입을 금하고 선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선의 수행으로 유명한 도봉산 무문관의 경우 3년, 6년, 10년을 단위로 일체 출입을 안 하면서 선에 몰입하기도 한다.
이 같은 계율과 경전의 공부참선을 통해 승려들이 얻는 것은 무념무상 즉「무의 세계」이다. 일붕 스님은「무」의 경지를 얻게되면 인간정신의 각성은 물론, 주체의식이 확립되고 심적인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생을 선이나 경전을 깨우치는데 전념할 수 없는 사회인들은 ①선에 관한 서적을 통해 참선의 의미와 방법을 익히고 ②교리를 중심으로 한 설법을 자주 듣는데서 스스로 수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고 일붕 스님은 권했다. 평소의 식사 때도 오관계는 못하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식사 전에 잠시 갖는 것은 자기수양을 쌓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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