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플러스 원(+1)'도 아프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손가락이 제일 맛있어요. 닳아 없어지겠네.

고은양 강림 후엔 혼자가 아닌 세트입니다. 어디를 가도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고은양 때문이긴 하지만, 물리적으로 고은양이 옆에 없어도 저는 ‘플러스 원(+1)’으로 취급되니 괜히 ‘눈물나는 날에는 편지를 쓰’는 게 아니라 서러움만 쌓여갑니다.

사람이 서러울 때가 아플 때라는데 아플 때 특히, 그렇습니다. 날씨가 변화무쌍한지, 제 몸 상태가 백지장 같은지, 요즘은 쉬이 탈이 납니다. 조금만 무리해도 피곤은 밀려오고, 꿀꿀한 날에는 관절 마디마디 쑤시고, 찬바람 쐬면 감기 걸리기 일쑤입니다.

환절기 탓인지 최근 한 달 새 두 번이나 감기에 걸렸습니다. 한 번은 날이 따뜻하다는 신랑말만 믿고 옷을 얇게 입고 나갔다가, 한 번은 도대체 울음을 그치지 않는 고은양을 데리고 이틀 연짱 외출했다가 탈이 났습니다.

40도에 육박하며 오르는 열에 몸은 누가 때린 것 마냥 삭신이 쑤시고... 보일러를 틀고 전기장판 온도를 올려도 오한기는 가시지 않고... 일요일 문 여는 당번 병원을 찾아가 주사 맞고 약을 지어오기도 했습니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받는 서러움이 더 큽니다.

신랑이 “아프냐”고 걱정을 하면서 꼭 붙이는 건 “엄마가 아프면 고은이도 아픈데 조심하지 그랬냐”는 일종의 책임전가입니다. (그게 참... 뭐라 하기도 그런 게 실제로 저한테 고은양도 감기가 옮아서 고생하기는 했습니다 ㅠ)

고은양이 기침을 콜록하고 콧물을 질질 흘리면 저도 참 마음이 아픕니다. 대신 아파주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세트 취급을 당하는 건...참 서럽습니다.

특히 괜한 자격지심인지 시월드에서 그럴 때는 더 그렇습니다.

쭈쭈 먹다 그대로 잠든 고은양

맛나고 몸에 좋은 걸 먹으라고 챙겨 주시면서는 꼭 “좋은 거 먹어야 고은이가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하실 때는 정말...마치 고은양 밥 주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플러스원도 아픕니다. 플러스원도 맛있고 좋은 걸 그냥 먹고 싶습니다.

ps. 어느날 엄마가 전화해서 “고은이는 잘 자느냐”고 물어 “늘 뭐 비슷하게 찡찡거린다”고 했더니 알아나 들을까 싶은 고은이를 바꿔달라며 한마디 하시더군요.

“요 년(고은양)이 왜 그렇게 안 자서 우리 딸 힘들게 하냐” 고요.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