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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계획의 총량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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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올해로 3차 5개년 계획을 매듭짓고, 77년부터 착수할 제4차 계획을 성안, 발표했다.
경제규모가 75년의 1.7배로 늘어나 실질 GNP는 81년에 15조를 웃돌게 되며 1인당 GNP도 75년의 5백30「달러」에서 81년에는 1천2백84「달러」에 이른다는 계획이다.
제4차 계획은『착실한 성장과 사회개발』을 계획의 기조로 삼고『성장·능률·형평』을 계획의 이념으로 모방하고 있다.
이들 계획이념이 계량적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 것인지는 세부계획을 자세히 알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다.

<성장·능률·형평>
그러나 이번 4차 계획이 형평을 계획의 이념으로 내세웠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나의 전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에는 배분 면을 도외시하는 한이 있더라도 성장을 추구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던 것이며, 때문에 형평이란 그 논의조차 금기처럼 되어 있었다.
제4차 계획에서 말하는 형평이 구체적으로 배분정책의 전환과 지역간 성장율의 조정을 통한 균형된 성장을 뜻하는 적극적인 형평인지 아닌지 아직 분류계획표가 제시되지 않고 있는 현재로서는 확실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생각하는 형평은 곧 사회개발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회개발을 위한 투자계획은 총 투자규모 16조6천9백억원의 21.4%인 3조5천7백억원으로 계획되고 있다.
이는 3차 계획의 18%에 비한다면 상당한 증액이라고 할 수 있으나 21.4%중 그 태반인 15.1%가 주택건설투자를 못하는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비중이 큰 교육·인력개발투자 4.5%, 상·하수도 1%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생각하는 형평은 결국 주택투자, 상·하수도, 교육·인력개발투자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들 사업의 대종이라 할 주택투자는 종래의 경향으로 보아 민간투자에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사회개발이 무엇을 뜻하는지 개념적으로도 썩 분명치 않게 될 것이다.
형평과 사회개발이 어떠한 의미관련을 가지며 투자계획 상으로 사회개발을 정부가 담당하는가, 아니면 민간에 기대하는 것인가는 정부가 조금 더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물가 5%·성장 9%>
총량모형의 적부나 계획이념과 투자계획사이의 조화여부는 정부가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할 사항으로 미룬다 하더라도 평균 성장율을 9%로 예정하면서 평균통화량 증가율을 20%로 잡았다면 물가상승율을 5%로 억제하는 것은 지난한 과제라 아니 할 수 없다. 경제가 성장하고 1인당 GNP가 늘어나면 「서비스」부문의 임금상승 때문에 물가상승압력은 단계적으로 가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통화량을 평균 20%씩 늘리면서 물가를 5%선에서 안정시킨다는 것은 상당한 무리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통상적으로 말하는 비화폐부문의 화폐화가 있기 때문에 성장율과 물가상승율을 합산한 것이 곧 적정통화 공급량이라고 말하기는 힘드는 것이지만, 적어도 장기적으로 통화가 초과 공급되면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임금과 물가를 4차 계획 중에는 행정적으로 계속 억제하겠다는 것이 묵시적으로 전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 된다.
임금과 물가는 단기적으로는 행정력에 의해서 억제가 가능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억압형 「인플레」가 개방형 「인플레」보다도 자원배분 능률면에서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론에 비추어보면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성장지원을 위한 통화창조가 우리의 저축수준이나 구조로 보아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저축율의 획기적인 향상이 없다면 외자도입으로 물가요인을 상쇄시키지 않는 한 성장통화공급에는 한계가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국내저축율 25%>
통화량 공급 폭을 늘리면서 물가를 5%선으로 안정시키려면 저축율이 획기적으로 제고되거나 외자도입 폭을 늘려야 한다. 정부는 외자규모를 상대적으로 축소시켜 해외저축 의존율을 12%로 낮추기로 계획을 짜고 있다. 그러므로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성장율을 실현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저축율의 제고밖에 없다.
그리하여 국내저축율을 75년의 18.1%에서 81년에는 24.9%로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저축증가는 기업저축과 정부저축의 증가에 주력을 둔다는 계획이며, 이는 바꾸어 말하면 높은 조세부담과 정부소비의 억제, 그리고 기업의 사내유보확대를 전제로 한다.
저축동원의 방향을 정부와 기업에 기대하는 것은 가계저축율이 74년 이후 역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상기할 때 불가피하다.
높은 조세 부담율이 정부저축율의 제고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정부소비증가율이 극력 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재정팽창을 주도한 것은 전적으로 정부소비였음을 상기할 때, 과연 4차 계획 기간 중에 정부소비의 팽창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겠는가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재정형편은 자주국방을 위한 부담증가를 앞으로도 지속시키지 않을 수 없으며, 서정쇄신을 위한 공무원 봉급도 계속 올려야 할 것이다. 또 경제계획의 강화·심화 등에 따른 행정기능은 계획이 계획을 낳게 함으로써 정부기구의 팽창을 불가피하게 할 것도 분명하다. 그러므로 정부소비증가를 억제하는 일은 어떤 부문보다도 어려운 것이다.

<국제경제동향의 가정>
국내저축율을 25%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일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면 저축율의 달성여부는 국제수지계획에도 반사된다. 투자재원의 45%수준을 담당하던 해외저축을 12%수준으로 낮추는데 실패한다면 81년에 국제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은 근본부터 차질을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또 비록 국내저축율을 계획목표대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4차 계획이 전제하는 세계경제동향에는 문제점이 있다. 즉 4차 계획은 세계경제가 극도로 안정되어 물가상승율이 5%수준을 유지하는 한편, 평균 성장율은 4∼5%, 세계무역 신장율은 8%수준에서 안정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70년대에 들어와서 세계경제는 근본적으로 질서를 잃고 있을 뿐 아니라, 질서회복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은 지금 그러한 낙관적인 전제 아래서 국내계획을 편성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물론 아무도 세계경제가 81년까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며, 어차피 가정 위에서 국내계획을 짜는 이상 안정된 상태를 전제로 하는 것이 계획을 수립하는 데 편리하다는 정설도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무역의존도가 80%수준에 있는 우리로서는 세계경제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를 가능한 한 현실적으로 예측하는 일이 계획수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요컨대 4차 계획은 국내저축율 계획과 해외경제동향에 대한 가정의 적중여부에 따라 그 성패가 결정된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것이며, 이 부문에 대한 보다 세심한 연구가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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