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유엔」총회의 한국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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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동진외무와「미야자와」일본외상은 올해 31차「유엔」총회에 남북한「유엔」동시가입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고 11일자 일본 신문들이 보도했다한다.
「유엔」총회가 열리기까지엔 아직도 3개월의 시간여유가 남아 있는 만큼 그 보도내용은 서방측「유엔」대책의 최종적인 확정안으로 간주될 수는 없다.
또 박장관 스스로가 귀국한 후 밝힌바와 같이, 「동시가입」을 구체적인 결의안 내용으로 표현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는 성급히 속단할 단계가 아니다.
남북 동시가입에 관한 논의 자체는 물론 어제 오늘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고, 6·23선언이래 우리정부의 일관된 평화통일 원칙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통일정책이란 한반도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이 차분히 마주앉아 평화공존과 상호불가침을 제도화하고 그 단계적인 증폭을 통해 급기야는 통일의 최종목표에 도달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보다 공고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한 조건으로서 남북한이 우선은 동시에「유엔」에 가입해두는 중간적 조치를 거치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부언해왔던 것이다.
아울러「유엔」이나 비동맹권 등 제3자는 당사자간의 공평한 대화분위기를 돕기 위해 행여 일방적이거나 편파적인 행위나 비생산적인 논잡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역설해왔다.
우리가「유엔」총회에서의「한국」토의를 될 수 있으면 지양해줄 것을 희망해 온 까닭도 바로 그 점에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괴는 계속 무력적화 통일의 여건조정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내용의 무책임한 결의안을「유엔」총회에서 기어코 통과시켜 보겠다고 온갖 책동을 다 부려왔다.
설사 그것이 일부 제3세계 국가중의 좌경「그룹」의 수적위력에 편승해 어쩌다가 통과가 된다고 해도 우리측의 수락을 얻지 못하는 한 실질적으로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아무런 소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괴는 오로지 선전상의 효과 하나만을 탐하여 그같은 책동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서방측으로서는「유엔」대책을 세우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공산측 안의 논리적 모순과 정략적 저의와 비현실성을 하나 하나 폭로하고 역습하는 작전을 특별히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되었다.
따라서 결의전의 내용과 형식도 지난 30차 총회의 경우엔 공산측 주장의 허점과 모순을 대증료법식으로 뒤집어놓고 격파하는 방식으로 작성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북 동시가입론을 비롯한 원리적인 명제들은 총회가 통과시킨 서방측 결의안 내용에는 들어가 있지가 않았다.
그 당시로서는 그런 명제를 결의안의 구체적인 문귀로 포함시키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지 앉는 편이 오히려 전술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오늘날「동시가입」을 결의안에 딱 바라지게 표현해두는 것이 보다유리하게 되었다고 단정할만한 어떤 상황변화라도 있었던가.
그 여부를 정확히 판별하는 것이야말로 금년 총회에 대비해서 어떤 방식의 결의안을 준비할 것인가 하는 전술문제의 선결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몇 달 동안에 전개될 국제정세의 추이 역시 계속 정밀하게 지켜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중동과 남부「아프리카」의 풍운, 비동맹 정상회의와 미국 대통령 선거의 파장 등 한국문제의 표결 때까지는 아직도 많은 사건과 기복들이 가로놓여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유동적인 변수들을 충분히 우리 것으로 소화하게될 때까지 우리의「유엔」대책은 계속 신축성 있는 자세에서 여유있게 검토되고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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