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 원자재 값의 상승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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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초이래 순조롭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동향은 5월중에도 계속 표면상으로는 호조를 보이고 있어 경기예고지표는 0·1「포인트」상승하고 있다.
생산 출하, 그리고 재고가 모두 전달보다 늘어나고 있으며 물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건실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5월중의 경기상승세는 질적으로 보아 몇 가지 문제점을 엿 보여주고 있다는 뜻에서 반드시 낙관적이라고 만은 할 수 없으며, 때문에 정책당국은 내외여건의 변화에 대해서 각별히 배려해야 할 줄로 안다.
우선 5월중의 수출증가율은 3·8%인데 반해서 수입증가율은 15·1%나 되고 있어 연초이래 억제되어 오던 수입에도 어떤 한계점이 드러난 것이 아닌지 깊이 검토해 볼 여지를 남기고 있다.
우리의 산업구조나 수입의존도로 보아서 수출증가·생산신장 속에서 수입이 지속적으로 억제되려면 많은 시일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만일 정책적인 수입억제에 이제 어떤 한계성이 엿보이는 것이라면 앞으로 무역수지동향은 상반기와 반대의 경향이 나을 수도 있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치밀한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수입증가율의 상승보다 더 주목해야 할 사항은 증가 일 로에 있던 신용장 내도 액이 5월중에 18·7%나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신용장내도의 증가가 도리어 감소로 반전된 원인이 일시적인 것이냐, 아니면 수출동향에 어떤 큰 변화를 예시하는 것이냐를 이 시점에서 정확히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제원자재시세가 두 달 동안에 13%수준이나 오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금리도 근자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므로 이것은 우리의 수출정책과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정책기조가 실업문제를 해결키 위해서 성장을 촉진시긴 결과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어 이제는 다시「인플레」대책에 중점을 두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으로 미루어 올해 5월중의 신용장 내도 액 감소를 단순히 우발적, 또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아 넘겨서는 아니 되겠다는 것이다.
또 국제원자재시세나 국제금리가 급속히 올라가고 있다면, 그것은 불원간 우리의 생산 「코스트」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우리로서도 지금까지의 물가 안정세에만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 통화량은 전년 말 대비로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으나, 전년동기 대비로는 30%이상이나 늘어나고 있음은 주목해야 한다. 통화량이 늘어나고 있다면 해외에서 파급되는 원가압력과 곁들여서 하반기의 물가정세를 그르칠 공산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건축경기가 후퇴함으로써 경기상승세에「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오히려 다행한 일일 수도 있다. 늘어나는 통화량추이에 수입「코스트」상승이 곁들이고, 그 위에 건축까지 활발해 진다면, 하반기의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재정수지가 상반기에는 계속 흑자를 보였기 때문에 그나마 안정세를 지키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계절적으로 자금살포가 집중되는 하반기에는 재정부문조차 통화창조기능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는 필연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금부터 고려에 넣어야 한다. 본 난은 내외경제여건으로 보아 보편적인 경기회복에 더욱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한바 있지만, 5월중의 내외경제동향으로 보아 그러한 예측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었음을 실증하고 있는 듯하다.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경기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더욱 긴축하고 절약해서 어려운 사태에 견디어 낼 여력을 비축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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