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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미·중립」에 건 동남아 안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인지 공산화 후「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집단역할에 대한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반면 회원국의 개별적인 대외활동이 강화되면서「아세안」의 지상목표인 동남아중립화는 실 질 상 진전돼 가고 있는 느낌이다.
회원국 중「필리핀」의「마르코스」대통령이 중공에 이어 소련을 방문. 두 공산대국과 국교를 트고 태국도 1일 미국의「라마순」통신기지를 폐쇄키로 결정함으로써 미국의 군원과 가지에 국방을 의존해 온 두 나라가 「대미독자노선」과 「정치적 중립」을 더욱 굳혔다.
또 그동안 대공관계개선을 유보해 온「싱가포르」마저 이광요 수상이 중공을 방문함으로써 강경 방침을 크게 완화했다.
인지사태 이후 미국 세의 퇴조와 공산 측 압력의 가중, 국내 반정부세력의 위협 속에서 국가안보와 국내 안정의 길을 모색해 온「아세안」국가(비·태·「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니)들은 다음 차례의「도미노」가 되는 것을 막는 길은 무엇보다도 동남아의 중립화임을 강조하고「아세안」의 비 군사·비 이념·비적대 노선을 확실히 해 왔다.
그러나 각 국의 국내사정과 경제발전단계·대공인식·대미관계 등의 차이로 집단적 중립화 구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동남아 중립이 실현되려면 대외적으로는 우선 미·중·소 3국의 보장과 인지 공산 국들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 지역은 미국의 태평양「독트린」과 소련의「아시아」집단 안보체제, 중공의 패권반대 등 3강의 대아 기본정책이 상충되는 전략선의 교차점이기 때문에 중립보장을 받아 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마르코스」대통령은 그 대안으로 중립화 안을「유엔」에 제기할 것을 주장했으나 인지 공산 국들의「유엔」가입이 저지되자 포기하고 말았다.
태국·「필리핀」등도 참전한 월남전의 과정을 통해「아세안」을 불신했던 인지의 공산진영은 지금도「아세안」의 단결과 협력이 증대되는 기미가 보이기만 하면『미국의 손안에서 놀아나는 제2의 「시트」(동남아조약기구) 』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 공산 국들은「아세안」의 중립화구상이 진심인지 여부를 증명하려면 역내의 모든 외국기지와 주둔군의 철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와 같은 주장은「아세안」국가들의 명확한 태도표명으로 그 명분이 퇴색했다. 따라서 이제 공산인지 3국이 외교적 반응을 보일 차례다.
마찬가지로「아세안」국가들로서는 탈 미·중립의 외교노선이 그들의 국내안보를 위한 최선책이라고 여겨 온 지난 1년 동안의 정책의 타당성을 인지 3국의 반응을 통해 시험할 시기에 들어선 것이다. <구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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