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재 임용제 시행을 계기로 본 그 실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교수는 당연히 지식인에 속한다. 그러기에 교수는 끊임없이 고도의 전문지식을 연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이념을 창조할 것을 요구받는다. 현실적으로 교수의 사회 참여는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국가 정책을 입안 실행하는 과정에 참여하거나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여 정부 시책을 비판하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각종 단체의 기술자문·상담역 등을 맡는 일에 이르기까지 천태만별이다.
이러한 교수들의 사회 활동 중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참조하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 참여는 어느 정도일까.
고려대 사회 조사 연구소가 교수 7백6l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교수들 스스로 사회 참여가 소극적이라고 판단한다. 「소극적」또는 「거의 불참」이란 응답이 전체의 72%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들의 사회 참여가 소극적인 것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교육학자「존·밀레트」 박사도 교수에게 부족한 특성을 협동정신·진취기상·참여정신으로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교수들의 속성은 대체로 비판적이거나 아니면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형성된 부정적인 경향 때문에 외국에 비해 사회 참여가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최근 교수들의 국정 참여에는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5·16이후 정부 시책에 대한 참여는 활발해지고 있다.
당시 성창환 유형진 박동묘 이한기 김성희 교수가 최고회의 의장실 고문으로, 박희범 교수가 의장실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최고회의의 각 분과 위원회 자문의원으로는 김조한 안이준 유민상 박원선 이종극 신기석 백상건 김명회 조병완 강병규 최종기 이재철 이정직 교수 등이 참여했다.
교수들의 정부 시책에 대한 본격적인 참여의 본보기로는 65년부터 발족된 정부 평가 교수단을 들 수 있다.
평가 교수단은 과거 정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교수들의 독특한 정부 시책 참여 형태다. 평가 교수로 참여 중인 사람은 87명이다.
국무총리실의 기획조정실장이 추천하여 국무총리가 위촉한 이들 평가 교수들은 대학별로는 ▲서울대 29명 ▲고려대 10명 ▲연세대 9명 ▲한양대 9명 ▲서강대 6명 ▲성균관대 5명 ▲이화여대 2명 ▲숙명여대 2명 ▲기타 15명 등 16개 대학의 각 분야 전공 교수로 망라돼 있다. 평가 교수단을 거쳐갔거나 현재도 남아있는 교수가 연1백61명에 이르고 있다. 총리실의 평가 교수단과 별도로 지방에도 「지역개발 평가 교수단」이 시·도 단위로 구성돼 있다. 제주만 15명이고 나머지 도엔 20명씩이다.
이밖에 73년 『중화학공업의 현황 분석과 문젯점·대책 연구에 국내 두뇌 자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한다』는 목적의 66명의 교수들을 참여시켜 만들어진 「유신 정책 심의회 조사 연구위원회」가 있다.
교수들의 이와 같은 정부 시책에의 참여에 대해 교수들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고대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개인적 명예욕 때문에 24.83% ▲물질적 혜택을 얻기 위해 19.97% ▲신분 보장을 얻기 위해 3.68%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비판적인 분석이 47.48%나 된다.
어떠한 형태이건 간에 국정에 참여했던 교수들이 관계나 정계에 진출한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덕우 부총리·박진환 대통령 특별보좌관·김명윤씨와 유정회의 구범모 김명회 이범준 서영희 이정식 의원 등은 평가 교수단과의 인연으로 현재의 직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정부 시책에 참여하지 않는 교수들의 불참 이유는 ▲정치적 불신감 때문에 30.48%▲참여해도 효과가 없기 때문에 27.2% ▲정치와 교수는 별개라고 생각해서가 10.12% ▲비판적 입장을 취하기 위해서 7.49%등으로 나타났다.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교수들의 사회 참여는 요즘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자유당 시절과 5·16직후엔 활발하게 나타났었다.
4·19의거 후 전국 27개 대학의 교수 4백여명은 『4·19의거에 쓰러진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 시위를 벌이고 시국 선언문을 발표, 이 대통령의 사임 선언을 몰아온 한 계기가 됐다.
또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회담이 한창 진행되던 65년 전국 3백50여명의 교수들이 협정 비준에 반대하는 서명을 벌여 이른바 「정치 교수」 파동을 낳기도 했다.
교수들이 닦은 전문 분야의 심오한 지식은 국가 사회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길이 열려져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연세대 교육대학원의 홍웅선 교수는 국가 발전을 위한 교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최근 정부가 취한 겸직 금지가 그러한 길까지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남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