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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처럼 돌아간 22명 6분30초 만에 10량 청소 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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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호 08면

도쿄역에 신칸센 열차가 도착하자 청소 직전에 붉은 유니폼을 입은 텟세이 직원들이 안전선 밖에 정렬해 고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가방엔 각종 청소도구가 담겨 있다. 서승욱 특파원
1 텟세이 직원들이 내리는 고객들로부터 쓰레기를 받는다. 2 청소 준비 중인 직원. 3 빈 객실을 빠르게 지나며 좌석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운다. 4 숙련된 솜씨로 앞좌석에 부착된 간이 테이블을 닦는다.

이 회사의 리더들은 단순한 청소직원들을 세계 최강의 서비스맨들로 양성해냈다. 그 리더들 중 가장 특출한 족적을 남긴 이는 지난해 전무로 정년퇴임한 야베 데루오(矢部輝夫)다. 40년간 철도맨 경력의 그가 JR동일본(동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에서 이 회사로 옮긴 것은 2005년. 당시만 해도 이곳은 그저 그런 보통 청소회사였다. 직원들은 “우린 어차피 청소부”란 의식에 젖어 있었다. 고객들의 불만 접수도 끊이지 않았다. JR동일본의 100% 자회사로 신칸센이 멈추지 않는 한 밥 굶을 일은 없다. 그래서 의욕이 없기는 경영진이나 직원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경영기획부장을 맡은 야베는 JR동일본 산하 11개 청소회사 중 하나에 불과했던 이 회사를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성의 있는 환대)가 넘치는 토털서비스 회사’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현지 르포] 하버드대가 주목한 신칸센 청소회사 ‘텟세이’

서비스 기술자라는 의식 심어줘
“TESSEI가 고객들에게 파는 것은 청소가 아니다. 우리가 파는 건 여행의 추억이다.” 야베가 직원들에게 던지고 싶은 명제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여러분은 청소 아줌마·청소 아저씨가 아니라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JR동일본의 신칸센을 지탱하는 서비스 기술자’라는 의식을 그들에게 심는 게 시급했다.

 그는 첫 작품으로 엘리트 직원 14명으로 구성된 ‘코멧 수퍼 바이저’라는 새 조직을 만들었다. 열차 객실 청소가 아니라 플랫폼에서의 고객 안내와 개찰구 청소 등을 이들에게 맡겼다. 이들은 ‘야베 개혁의 선발대’였다. 먼저 ‘전형적인 청소 아줌마’ 유니폼부터 벗어던지게 했다. 그리고 호텔리어를 연상케 하는 산뜻한 제복으로 갈아입혔다. “제복이 바뀌어야 생각이 바뀐다”는 야베의 신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 직원이 야베의 뜻대로 처음부터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니다. “왜 청소회사가 안내 업무까지 해야 하나” “야베 부장은 젊은 여성들을 편애한다”며 수군수군댔다. 하지만 야베는 직원들이 상상도 못했던 ‘도쿄역 역장과의 만남’ ‘역내 VIP실 방문’ 등의 이벤트를 만들었다. 직원들의 마음 깊은 곳에 점차 주인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다음 숙제는 ‘회사의 주력’인 열차 청소 직원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휴게실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환경 정비부터 시작했다. 이어 ‘도대체 토털서비스가 무엇인지, 왜 고객들을 위해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회를 시내 일류 호텔에서 개최하기도 하고, 그동안 구식 열차를 대상으로 겨뤄온 ‘열차 청소 기술 경기대회’에 실제 신칸센을 등장시켰다.

 새로운 청소 제복의 디자인도 현장 투표로 결정했다. 작은 변화를 계속 만들어 내는 방식이었다. 매일같이 해왔던 신칸센 청소에 ‘7분간의 신칸센 극장’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처음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방편이었다. ‘어린아이들도 수영이나 뜀뛰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야 공부도 잘하고 뭐든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생각에 가장 자신 있는 청소 분야에서 미션을 생각해 낸 것이다. 탄력이 붙은 직원들은 스톱워치로 일일이 시간을 측정하면서 “7분 안에 모든 테이블을 열고 청소하는 것이 왜 불가능한가”라며 사기를 불태웠고, 팀워크는 나날이 공고해졌다.

‘7분간의 신칸센 극장’으로 명명
인사제도도 바꿨다. “48세가 넘어야 정사원 채용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사내 규정 때문에 청소원들은 사실상 전원이 비정규직이었다. 비용 문제에 고민하는 회사를 설득해 ‘20세 이상으로 비정규직 경력 1년 이상이면 자기추천으로 정사원 시험을 칠 수 있도록’ 인사 규정을 바꿨다. 또 정사원 2년이면 상급자인 ‘주임’ 시험에, 주임 4년이면 관리자 시험에도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이 비정규직을 늘려갈 때 TESSEI는 2005년 58%이던 비정규직 비율을 지난해 42%까지 끌어내렸다. 2020년까지는 30%로 낮추는 게 목표다. 또 젊은 층의 입사가 늘면서 평균 연령 55세도 50세로 낮아졌다.

 직원들의 적극성을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시도는 2007년 4월 시작된 ‘에인절 리포트’였다. 현장 직원들의 작은 선행을 발굴하는 ‘칭찬 릴레이’다. 현장 리더인 주임들이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 칭찬할 만한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냈다. 그러곤 수시로 A4용지 4~5장 분량의 리포트로 만들었다. 이 리포트를 사무실 벽에도 붙이고 사내 PC의 공용망에도 올려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노인 승객을 도운 작은 선행과 후배 직원을 도운 일 등 어찌 보면 사소한 일들이었다. 처음엔 “이런 것까지 칭찬해야 하나” “이게 뭐 칭찬받을 것인가”였던 냉소적 반응이 점차 자신에 대한 자신감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월간, 반기, 연간 표창으로 이어 나갔다. 적지만 상금도 내걸었다. 나중엔 동료들을 잘 칭찬하는 직원들에게도 1년에 6명을 선발해 상을 주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붙여 놓은 각종 제안.

 ‘나의 제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종업원들에게 심기 위해 5~8명으로 이뤄진 소집단 활동과 아이디어 제안 활동도 강화했다. 소집단 활동 결과 ‘스마일 텟세이’라는 사내 교육용 책자가 자발적으로 발간됐다. ▶양동이를 들고 다니지 말자 ▶고객 분실물 수거사실을 잊지 않도록 작은 종을 청소가방에 매달자 등 작지만 긴요한 노하우들이 수록된 책자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든 제안할 수 있는 ‘언제라도 제안’ 프로젝트도 활발해졌다. 2013년에는 무려 1500건에 달했다. 신칸센 개찰구 부근에 모유 수유와 기저기 교체가 가능한 ‘베이비 휴게실’이 생겨난 것이나 열차 내 화장실에 한국어·중국어로 표기된 ‘물 내리는 법’ 설명이 붙게 된 것도 직원들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직원들은 이제 스스로 뭔가를 바꾸고 싶어하기 시작했다. 남자 직원들은 나비넥타이로 멋을 부리기도 했다. 여름엔 하와이 알로하셔츠로,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등장해 고객들을 즐겁게 했다.

 그들의 발상은 이미 청소회사의 발상을 넘어섰다. 가끔씩은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적 제안도 있지만, 사기 진작을 위해 웬만하면 모두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야베를 비롯한 경영진은 직원들을 이끌기 위해 다양한 목표를 제시했다. 지루함이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회사 전체의 목표를 매년 같은 프레이즈가 아니라 새로운 언어로 표현해 냈다. 그 프레이즈는 ‘새로운 토털서비스를 목표로’→‘모두가 만드는 상쾌하고 안심되고 따뜻한 서비스’→‘두근두근 신칸센 극장, TESSEI와 함께 즐겨라’ 식으로 매년 진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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