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해외서 더 주목 … 세계 각국서 견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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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호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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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하기에 담당 업무는 철저히 나뉘어져 있다. 보통실은 통상 한 사람이 맡지만 좌석 커버를 모두 교체하는 특실은 3명이 담당한다. 5개 정도 되는 화장실 청소 담당은 따로 뒀다. 한 팀엔 보통 ‘주임’ ‘주사’로 불리는 4명 안팎의 숙련된 상급자가 있어 전체 작업을 지휘하고 청소 상태를 최종 체크한다. 또 필요한 경우 서툰 청소원의 작업을 직접 돕기도 한다. 이렇게 22명이 똘똘 뭉친 팀워크야말로 ‘신칸센 극장’이라고 불리는 7분간의 작업 완수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사실 이 회사는 일본 국내보다 먼저 해외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80개국이 가입한 국제철도연합의 회의가 2008년 도쿄에서 열렸을 때 회의 참석자 10여 명이 이곳을 견학했다. 유럽에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독일을 비롯한 각국의 방송국에서 이 회사를 해부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의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 등 각계의 유명인사들도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한국에서도 철도공사 직원들이 연수차 다녀갔다.

 직원들의 몸짓 하나하나는 모두 그들의 토론과 고민의 결과물이다. ‘하나부사 15호’에 함께 오른 기자의 대수롭지 않은 행동에 불호령이 떨어진 것도 그들의 룰을 어겼기 때문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의 뒤를 좇다 종이 파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차’ 싶어 얼른 주웠더니 기자를 지켜보던 상급자가 “안 돼요, 그건 다시 열차 바닥에 버리세요”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청소 직원이 좌석에서 발견한 물건을 땅바닥에 버리지 않고 그냥 주워 들면, 열차 밖에서 내부를 지켜보는 손님들 입장에선 ‘뭐 좋은 것이라도 주웠나 보다’라고 오해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좌석에 남아 있는 물건은 무조건 바닥에 일단 내려놓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 한 가지, 오물을 닦기 위해 물 청소를 한다면서 양동이가 보이지 않았다. “양동이를 플랫폼에 들고 다니는 것은 미관상 좋지 않다”는 한 직원의 제안이 직원들 전체의 공감을 얻어 양동이 대신 작은 물통을 가방 속에 넣어 활용키로 한 것이다. 이후엔 청소기구들을 모두 가방 속에 집어넣어 밖에선 무엇이 들어있는 가방인지조차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 가방에 작은 종을 매단 직원들도 있었다. 손님들의 분실물을 회수하고도 깜빡 하는 바람에 분실물 센터에 신고가 늦어지는 일이 생기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노하우다. 분실물을 회수한 경우엔 작은 종을 반드시 가방에 매달아 청소가 끝난 뒤 종을 보며 ‘아! 분실물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머리를 짜낸 것이다. 이 모두가 현장 직원들의 제안에 의한 것이라니 “현장의 숙제는 현장이 가장 잘 안다”는 야베 부장의 설명이 가슴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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