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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잘살게 돼야 核문제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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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이 핵을 갖는다고 너도 나도 '핵을 갖자'고 한다면 핵무기는 빠르게 확산될 것입니다. 일본은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습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방위청 장관은 "북한이 핵을 가지면 일본도 핵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일본 핵무장론'을 강력하게 부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선 (한.미.일 3국 가운데)일본이 가장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해결책이 없다. 내가 당신에게 (북핵 해결책을) 묻고 싶다. 무작정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고…"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28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한.미.일 3국이 북핵의 외교적 해결을 바라면서도 국익.상황이 달라 입장이나 접근방식에 차이가 난다. 북한의 경제는 점점 나빠지고 있고, 해결할 시간은 별로 없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하면 이젠 끝이다. 한.일간에 무엇이 다르고 같은지를 솔직하게 대화해 공동대책을 찾고 싶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고 보나. 일본의 핵 무장론도 거론된다.

"내 눈으로 보지 않아 확실히 모르지만 보유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 핵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 다만 결국은 북한이 일본을 겨냥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일본의 핵 억지력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 어떤 목적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나.

"경제지원을 받기 위한 협상.협박용일 수도 있지만 핵 보유 자체가 목적인 것 같다. 핵을 보유하면 외교.안전보장에서 엄청난 힘을 갖는다. 미국.러시아와는 다르지만 프랑스.영국과는 비슷하다. 그러나 프랑스 등은 협박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민주주의(국민)에 의해 엄격한 통제를 받는 점이 북한과 다르다."

-이라크 전쟁 이후 북핵 문제가 악화될 경우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은.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당연히 한국.일본과 협의할 것이다. 러시아.중국 등 국제사회와도 협의해야 한다."

-북한 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제제재 조치를 검토해봤지만 실효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송금 금지도 제3국을 거치면 효과가 없고, 해상 봉쇄도 어렵다. 현재로서는 해결책이 없다. 북한의 위협을 받아들여 경제지원하는 것은 반대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이 한국처럼 풍요로워지고 민주주의가 정착돼야 한다. 그때는 김정일 지배가 끝나는 시점이다."

-한.미.일 3국이 어떻게 공조해야 하나.

"3국 모두 핵 보유와 군사적 해결에 반대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인식 차이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빨리 3국의 협력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 정부의 생각이나 한국내 여론 등을 알고 싶다. 일본이 북한 미사일에 가장 위협을 느낀다는 점을 한국.미국에 알려 이해를 얻고자 한다."

-일본의 첩보위성 발사(28일)에 대응해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는데.

"북한이 일본을 향해 노동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구체적 정보는 없다. 최근 지대함 미사일 발사 등 군사훈련도 농한기에 하는 통상적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평양공동선언 위반은 아니다."

-이라크전에 나선 미국을 도울 것인가.

"전쟁이 1~3주 정도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인도양에서 아프가니스탄 테러공격 중인 미군에 대해선 보급 등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공격은 법이 허용하지 않아 지원할 수 없다."

도쿄=오대영·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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