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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 사에 남을 「명작」을 보이겠다." |한일 정상대국을 앞둔 세 정예기사는 말한다>조치훈 7 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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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앙일보·동양방송 주최 대한기원·일본기원 공동주관의 한일 정상기사 대국은 한일 두 나라 바둑「팬」들에게 더 없이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이 낳은 재일 천재기사 조치훈 7단. 한국최대의 「타이틀」인 왕위 서봉수 4단, 일본의 최정예 기사 「고바야시」7단은 20대로 힘과 세기, 정신력과 「스케일」등을 모두 갖춘 완벽에 가까운 기사들. 이들은 한결 같이 기단사에 남을 좋은 작품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들 기사들의「프로필」과 「인터뷰」를 여기에 소개한다.
바둑은 정석이 중요합니다. 대국도 역시 상대기사와 대좌를 하고 정식으로 두는 것이 정도지요. 서봉수와의 정식대국은 그런 점에서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치훈 7단(20)은 첫 마디를 던진다.
한국이 낳은 천재기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조치훈군은 눈빛을 반짝이며 자못 기대에 넘쳐있었다.
6살 때 도일, 일본 기계의 정상에 이르는 동안 『무엇보다 사람이 되는 공부에 더 고심했다』는 조군은 『기사들이 바둑판 너머로 머리를 맞대고 한 수 한 수두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 7단은 서봉수 왕위와의 대국을 앞두고 『바둑을 떠나서도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고 말하고 바둑을 두어서 누가이기고 졌다는 것보다 서로 바둑에 대한 성실한 태도를 같이 앉아서 볼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한국의 바둑관계 책자를 통해 한국 신진기사들의 면모는 물론, 서 왕위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철새도 고향 찾아 돌아가는데 제비도 강남 갔다 돌아오는데…』 마침 한국가요가 담긴「레코드」를 듣고있던 치훈군은 손수「코피」를 끓여내며 하루 일과는 지금의 단간방(동경 본정의 「아파트」)에서 아침 7시에 일어나면 시작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식대국이 1주일에 한번정도이고 나머지 시간은 주로 집과 일본기원에서 바둑연구에 보낸다고 했다.
「사까다」(판전영남) 9단·「이시다」(석전방부) 본인방 선배들이 일본 바둑계의 정상을 차지하기까지에는 바둑에 대해 경건한 마음으로 연구하는 태도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조 군은 바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둑을 사랑하고 성실하게 대하는 것이라는 『바둑철학』에 대해서도 일가견을 말한다.
『부모 곁을 떠난지 오래되고 그 동안 커오면서 왜 고민이 없었겠느냐』고 말한 치훈군의 조촐한 방에는 한국의 문학서들도 많았다.
결혼얘기가 나오자 『올해에는 성인이 되는데 사람이 있어야지요.』 미소 띤 얼굴에 수줍음을 감추지 못했다.
치훈 군의 요즘 취미는 음악감상과 수영이라고.
올해에는 명인전이나 본인방전 등 큰 「토너먼트」대국을 예선부터 하나하나 거쳐 나가야되기 때문에 작년보다 더욱 바빠진 생할 중에서도 때론 어머니가 보고싶다고 했다. 이번 대국에 대한 조 군 스스로의 전망은 『글쎄요, 모국의 3백만 바둑 「팬」들을 위해 기단사에 남을 좋은 기보를 남겨야 할텐데…. 』그의 얼굴엔 굳은 의지 같은 것이 담겨있었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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