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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제2 한강의 기적' 규제개혁 성공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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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새롭게 추진 중인 포괄적 규제개혁은 향후 한국 경제에 효율성과 창조성, 그리고 예측 가능성을 더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경제정책의 주요 기조의 하나로 창조경제 실현을 강조해왔다. 창의성과 혁신을 핵심으로 하는 창조경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무엇보다 한국과 세계시장에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세계 각국이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규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개혁 노력은 경제의 도약에 큰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 당국이 제시한 개혁안 중 특히 규제비용총량제의 도입과 규제정당성 소명 제도의 적극적 추진, 그리고 포지티브 규제 체계에서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의 이행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박 대통령은 외국인투자기업가들의 의견을 더욱 경청할 것을 약속했다. 앞으로 공식적인 소통의 채널을 확보해 외국인투자기업가들과의 의사소통을 확대한다면, 한국 경제의 창의성과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해외직접투자를 더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한국은 단연 떠오르는 글로벌 리더다. 높아진 국가적 위상만큼 외교적·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의 활동 방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외국 기업들은 다른 인근 국가들에 비해 한국 시장이 지나친 규제를 받고 있으며 국내 문제에 지나치게 치중해 왔음을 지적해 왔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만의 독특한 규제가 많이 생겨났다. 특히 금융서비스, 환경, 소비자 보호, 정부 조달, 중소 기업과 관련된 규제 중 일부는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년 발행하는 상품시장규제(PMR) 지표에서 2013년 33개 조사 대상 국가 중 넷째로 규제가 강한 국가로 선정됐다. 외국인 직접투자 제한, 관세, 국제기준 적합성, 규제의 투명성 등을 골자로 하는 ‘교역·투자에 대한 장벽’ 항목에서는 둘째로 심했다.

 한국의 주력 성장 분야 가운데 하나인 정보기술(IT) 업계 역시 규제개혁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최근 한국의 대중가수들이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한국의 소비자들은 한국 신용카드를 이용해 해외 온라인 시장에서 자유롭게 이들의 앨범이나 영화를 구매할 수 없다. 가수 싸이의 경우 전 세계의 팬들이 간편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통해 아이튠즈에서 그의 앨범을 손쉽게 구매하는 반면 정작 한국의 소비자들은 해외 신용카드를 사용해야만 구매할 수 있는 현실은 규제의 비효율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다행히 한국 정부가 이 부분의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재 한국은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효과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국제적 규범과 관례를 준행한다면 국제적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국내 문제 해결에만 집중한다면, 한국 경제를 새롭고 혁신적인 사고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뿐 아니라 잠재적 투자자들이 한국보다 더 개방되고 친화적인 다른 시장으로 등을 돌리게 만들 수도 있다. 돌이켜보건대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의 지도자들과 경제주체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내고, 무수한 도전을 극복하면서, 결단력 있게 개혁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로 이러한 개혁의 정신이 재조명돼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규제개혁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뤄내길 기대한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투자기업들은 세계 속에서 한국의 가장 큰 지지자다. 한국 정부가 보다 포괄적으로 규제 완화 노력을 이어간다면, 외국인투자기업들은 한국에 새로운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본사에 더욱 설득력 있게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한 미국 기업들은 이러한 일련의 규제개혁 과정을 통해 한국 경제가 한 걸음 더 크게 도약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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