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신형 쏘나타, 간결한 즐거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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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자동차가 2일 충남 태안군 일대에서 진행한 신형 쏘나타 시승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차량을 몰고 있다. 신형 쏘나타는 2011년부터 3년간 4500억원을 투자해 개발됐으며, 올해 22만8000대에 이어 내년부터는 매년 33만8000대를 판매하는 게 목표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간판 차종인 신형 쏘나타(LF쏘나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신형 쏘나타는 ‘본질로부터’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화려한 디자인과 첨단 편의장치보다는 자동차의 기본인 잘 달리고, 잘 멈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그 이름값을 얼마나 해낼까. 현대차는 2일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 있는 리솜오션캐슬에서 쏘나타 시승 행사를 열었다. 리솜캐슬에서 출발해 국도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까지 다녀오는 왕복 162㎞ 코스였다. 제공된 차량은 ‘2.0 CVVL 프리미엄 모델’. 2000㏄ 트림 중 최고급으로 각종 옵션을 더해 가격은 3300만원이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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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잖다-. 신형 쏘나타에 대한 첫인상이다. 워낙 파격적인 겉옷을 입었던 YF쏘나타의 기억 때문에 더욱 점잖아 보였는지도 모른다. 이 회사 곽진 부사장은 “다듬고 또 다듬은 현대차의 자존심”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변신에 대해 국내 소비자, 특히 젊은 층의 반응이 호의적이다. 현대차 측은 “지난달 31일까지 쏘나타 1만8000대가 예약 판매됐는데 구매자 중 30대 비중이 18%”라고 밝혔다. YF쏘나타 때(13%)보다 눈에 띄게 늘어났다. 디자인 하나로 쏘나타 소비층이 젊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거꾸로 이런 밋밋한 디자인이 세계무대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의문이다. 비록 ‘삼엽충 같다’는 조롱에 시달렸지만 YF는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 경쟁 차종과 확연히 구별됐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전 세계에서 200만 대 가까이 팔 수 있었다. 익명을 원한 외국계 자동차회사 디자이너는 “이런 무난한 디자인으로는 비슷한 가격대에 비슷한 성능의 차량이 넘치는 세계 시장에서 ‘왜 쏘나타를 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내수 8만9000대, 해외 24만9000대 등 33만8000대의 쏘나타를 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내 공간은 단순하고 간결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내비게이션과 오디오·에어컨 버튼 등이 배열된 센터페시아는 ‘Y’ 자에서 ‘T’ 자 모양으로 바뀌었다. 좌우로 각종 버튼을 큼지막하게 정돈해 놨는데 작동하기가 간편했다. 다만 8인치 내비게이션은 테두리가 2㎝쯤 돼 보였다. TV나 컴퓨터 모니터도 테두리를 없애는 시대인데 투박한 게 눈에 거슬렸다. 전반적으로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느낌이었지만 전문가 평가는 달랐다. 기아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인 구상 국민대 교수는 “우드그레인(나뭇결무늬 플라스틱)과 좌석 바느질 등 품질감은 2000㏄급 패밀리 세단에서 상당한 수준”이라며 “평점을 주자면 A0”라고 말했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YF보다 조금 작아진 대신(지름 370㎜) 조금 두꺼워졌다. 손으로 감는 그립감이 편안하고 휠과 조작 버튼이 가깝게 배치돼 있어 좌우 엄지손가락 하나로 움직이기 쉽다. 뒷자리 공간은 확실히 넓어졌다. 이날 1m79㎝인 40대 남성이 뒷좌석에 앉았는데 “무릎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축간거리(휠베이스)가 2805㎜로 YF쏘나타보다 10㎜ 늘어난 만큼 여유가 있었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동급 최대인 462L다. 캐디백·보스턴백이 각각 네 개씩 들어간다. 먼저 보스턴백 네 개를 트렁크 깊숙이 넣고 그 앞쪽에 캐디백을 가지런히 포개 쌓는다. 스마트키를 쥐고 트렁크 곁(0.5~1m)에 서면 잠시 뒤에 트렁크가 저절로 열리는 기능(스마트 트렁크)도 있다.

주행

쏘나타 실내 모습. 중앙부 센터페시아를 T자형으로 설계해 간결하면서 버튼 작동이 편리해졌다. 축간이 YF쏘나타보다 10㎜ 늘어나면서 뒷좌석 공간이 넓어졌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엔진음이 낮게 깔렸다.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곧바로 반응이 온다. 고속도로 시속 100~130㎞ 구간에서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특히 정숙성은 확실히 나아졌다. 시속 130㎞를 내면서 뒷좌석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데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된다. 이 회사 소음진동개발팀 김재헌 박사는 “고속 주행 때 엔진음과 바람소리, 노면 소음 등을 조화시켜 소리를 잡은 것이 특징”이라며 “도요타 캠리, 폴크스바겐 파사트를 뛰어넘는 중형 세단의 월드 스탠더드”라고 자랑했다.

 ‘잘 달리고, 잘 멈춘다’는 컨셉트대로 주행이 매끄럽고 브레이크도 부드럽게 걸린다. 시속 100~110㎞로 달리다가 브레이크 페달을 급하게 밟자 즉시 반응이 오는데, 이때 차체가 흔들림이 없어 믿음직했다. 승차감·코너링도 만족스러웠다. 급커브 길에서 시속 80㎞ 이상 달려도 좌우로 쏠림이나 불안함이 거의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강도가 기존 강판보다 2.4배인 초고장력 강판을 확대 적용하고 서스펜션을 개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속력은 아쉽다는 평가다. 가속 페달을 더 깊숙이 밟아 시속 160㎞를 넘어서자 반응이 더뎌졌다. 순식간에 엔진회전수가 5000RPM 이상으로 치솟았지만 속도가 나는 것은 둔해졌다. 신형 쏘나타는 YF 때와 같은 ‘누우 2.0 CVVL’ 엔진이 그대로 적용됐다.

 일반 브랜드치고는 한 차원 똑똑해진 것도 특징이다. 대표적인 게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기능이다. 운전대를 잡은 상태에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조작해 원하는 속도를 맞추면 앞차와 간격을 고려해 ‘저절로’ 속도를 조절해 준다. 국도에서 시속 80㎞로 ASCC 기능을 설정하고 달려봤다. 오른쪽 차선에서 차량 한 대가 추월해오자 스스로 속도를 줄이더니 이내 간격이 벌어지자 원래 설정 속도(80㎞)로 회복됐다.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을 갖춰 달리던 차선을 조금만 넘어도 ‘삑삑’거리며 경고 신호를 보냈다.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지자 요란한 전방 추돌 경보음이 울린다.

연비

 독일 디젤차 때문에 눈높이가 높아진 탓일까. 쏘나타의 연비 효율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요즘엔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경제성, 특히 연비 문제가 최우선이 되는 추세다. 게다가 현대차는 출시에 앞서 미인증 수치를 서둘러 발표하는 바람에 수치를 낮추고 공식 사과를 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시승차의 공인 연비(자동변속기·18인치 타이어 기준)는 11.6㎞/L였다. 이날 국도·고속도로 시승을 마치고 확인해 보니 실연비는 10.1㎞/L였다. 성인 3명이 타고 서산 방조제 도로 구간에서 급가속·급제동을 자주하는 등 거칠게 주행할 때는 연비가 7.9㎞/L로 떨어졌다. 신호등이 많거나 차가 막히면 연비는 더 안 좋아질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에코’ 기능으로 설정하고 달렸더니 16.2㎞/L, ASCC를 시속 110㎞에 맞춰놓고 정속 주행을 할 때는 17.5㎞/L가 표시됐다. 다만 시속 180㎞ 이상 가속을 할 때는 6㎞/L대까지 낮아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체가 길어지고(4820→4855㎜), 무게가 늘어난 것(1415→1460㎏)을 감안하면 연비 효율이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 교수는 “안전성을 고려해 차량 무게를 늘리다 보니 연비 개선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 타깃을 맞추다 보니 연비보다는 안전성에 주안점을 둔 듯하다”고 해석했다.

태안=이상재 기자,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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