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뺑소니」 사고|피해자 보상 받을 길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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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봄철에 접어들어 최근 뺑소니 사고가 많아 억울한 피해자가 부쩍 늘고 있다. 22일밤에만 해도 서을 시내에서 11건의 뺑소니 사고가 일어나 올들어 가장 많은 기록을 세우는 등 대체로 하루 평균 3∼4건씩 발생, 예년보다 높은 발생율을 보이고 있다. 뺑소니 사고는 피해자의 신체적 피해는 물론 사고 뒤처리에 따르는 모든 경비도 피해자 스스로가 부담해야 하는 까닭에 2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경찰에 따르면 대부분의 뺑소니 사고는 하오 10시이후 통금시간이 임박한 간선도로에서 일어나고 또 어둠으로 인해 시계마저 좁은 데다가 가해차량들이 과속으로 달아나기 때문에 사고현장 가까운 곳에 목격자가 없는한 단서가 되는 차량번호·차종 등이 확인되지 않아 야간통행 및 차잡기 등에 특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이처럼 뺑소니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은 일반 교통사고와는 달리 치료비등 피해보상을 전혀 받을 길이 없어 교통부와 자동차보험측은 그동안 여러차례 이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문제를 협의했으나 ▲모든 차량이 자동차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보험료 인상에 따른 일반승객에 대한 부담 증가 ▲이밖에 뺑소니 운전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의 경감으로 인한 음성적인 뺑소니 조장 등을 우려하여 이에 대한 시행을 보류하고 있는 형편이다.
선진제국에서는 각종 보험제도의 활용으로 이와같은 경우 무료치료등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다.
지난 1월27일 하오 10시30분쯤 서울 성동구 행당동 267 앞길에서 푸른색 「택시」에 치인 백연옥씨(45·행당1동 128의588)의 경우 전치 6개월의 중상을 입고 한양대부속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80일동안 밀린 치료비 90여만원을 한푼도 내지 못해 고생하고 있다.
백씨는 10년전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서울에 올라와 가정부로 일하며 어려운 생활을 해왔다. 백씨는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기억조차 희미해졌다면서 『병원측의 륵별 배려로 치료를 받고있다』고 말했다.
또 뺑소니 사고로 40일째 서울 적십자병원 508호실에 입원중인 서정직씨(42·서울 영등포구 시흥2동 92)는 입원비가 71만1천4백50원(2일 현재)이나 밀려 있으나 아직 한푼도 내지 못하고 있다.
「리어카」 고물 행상의 하루벌이로 하루를 살던 서씨가 머리와 허리를 크게 다쳐 장기입원을 하게 되자 서씨의 부인 박복자씨(35) 장남 홍석군(12·시흥 탑동국교 5년) 장녀 미정양(9·탑동국교 3년) 2녀 미선양(6) 막내 형석군(2)등 5가족은 입원비는 커녕 생계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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