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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체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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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족연구의 난점>
어떤 한 민족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떻게 자라왔느냐는 문제는 어느 경우에나 그리 간단치 않다.
그 첫째 이유는 이 문제가 어느 한 분야의 연구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원시단계부터 군취생활을 하였다. 그 무리는 혈연관계로써 종족을 이루게된다. 이 종족을 사회사에서는 씨족이라 하는데 이것은 다시 부족 또는 민족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화를 낳으며 그것을 다시 발전시킨다. 한편 그들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동한다. 옮겨 살면 자연히 다른 종족과 접촉이 생기며 혼혈을 낳게 된다.
이와 같이 복잡한 문제가 있으므로 민족의 연구에는 인류학·고고학·언어학을 비롯하여 신화학·민속학 등의 성과가 총동원되어야 한다. 우리도 해방 후에 연구를 거듭하여 상당한 업적을 낳았지만 그 정도로는 아직 민족의 연구에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많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민족의 연구에는 독단이 따르기 쉽기 때문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민족적 우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민족의 연구는 자 민족의 우월을 증명하려는 데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 과학이 증명하는 바는 어느 민족이나 지적으로는 큰 차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에 차가 있는 것은 선천적인 우열에서가 아니라 역사적 경험, 즉 환경·전통·교육 등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만 있으면 우월을 주장하려는 경향을 우리는 흔히 보아오던 터이다.
어떤 민족을 체질인류학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총체적인 연구로 보면 편린에 불과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수치로 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객관성이 뚜렷하다. 그리고 여기서 예측되는 것이 환경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거나 비교적 적게 받는 것들이라는 점도 주목해야겠다.

<체질로도 북방계>
인류의 조상이라고 생각되는 화석인류의 분포를 보면 「아프리카」대륙의 동남부에서 시작하여 똑바로 북으로 올라가 「아라비아」반도의 중간을 걸쳐 중국대륙과 인도의 경계선에 걸쳐있다.
그리고 「리키」일가를 비롯한 여러 학자가 차례로 최고의 화석을 발견함에 따라 그 발 상년대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케냐」의 어느 분지에서는 1천만년이나 되었으리라는 대 구치가 발견되었으며, 「파키스탄」북부에서는 8백만년 내지 1천만년쯤 전의 턱뼈가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단편적인 것이므로 논외로 치더라도 확실한 연대가 4백만년까지는 해명된 상태에 있다.
여하튼 이 직립인류는 점차 분포를 넓혀 여러 곳에서 살아가게 되었으며 언젠가 몽고·만주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리라고 믿어진다. 그래서 급기야는 『동해의 동에는 다시 동쪽이 없다.』는 한반도에도 오게되었다. 그럼 언제 어디서 왔던 것인가.

<화석인 흔적 없어>
물론 화석인류의 발견은 없고, 최근에 겨우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발견됨으로써 인류의 발상이란 시점에서 보면 아득한 뒷날에, 그러나 문명을 가졌던 시점에서 보면 상당히 옛날부터 살고 있었다는 정도로는 말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단정은 피하는 게 좋겠다. 따라서 인류의 발상과 한반도 유입이란 문제 사이에는 아직도 놓아지지 않은 다리가 허다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다음에 어디서 왔느냐는 문제는 한마디로 말하면 북이 주류가 된다. 「호마·할버트」는『한국인의 기원』에서 남방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오늘날 대개의 역사학자를 사이에서 북방 기원설이 지배적이듯이 체질인류학상으로 보아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북방이라고 하지만 민족의 기원이나 형성을 일원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우리 민족과 관계가 있으리라는 고대 「아시아」민족은 「퉁구스」족· 숙신족·읍루족· 말갈족·동이족·세맥(예맥)족·부여족 등 문헌에 나타나는 이름만 열거하여도 굉장히 많으며, 그 가운데서 어느 계통이라는데도 약간의 이견이 있다.

<중용대의 신장>
그럼 한민족은 어떤 체질을 가지고있으며 그 특징은 무엇인가. 이를 인근 여러 민족과 비교하여 보기로 한다.
우선 한국인의 평균신장은 남자 166cm, 여자 155cm로 세계적으로 보면 중용대에 속한다. 몽고인·만주인과 비슷한 정도로 화북인 보다는 작으나 호남·광동인이나 일본인보다는 큰 편이다. 대개 「아시아」 민족의 신장은 화북을 중심으로 멀어질수록 작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시아」 민족 가운데서는 비교적 큰 편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우리와 체질적으로 가까운 근기·산양지방의 신장이 비교적 크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도표1 참조).
이것은 1934년의 통계인데 10년마다 평균신장이 1∼1·5cm씩 자란다는 설에 따르면 지금 한국인의 평균신장은 이보다 4∼6cm가 커졌다고 보아야겠다. 그러나 우리가 1917년 제주도에서 계측한 바로는 1930년대보다 남자는 2cm, 여자는 5cm가 자랐을 뿐이라는 예상외 결과를 얻기도 하였다.
또 우리가 일본보다 신장이 큰 이유는 좌고는 비슷하나 다리가 길기 때문이다. 여자의 신장과 하체의 비율을 보면 우리가 51.19이며 일본이 49.0이다. 세계에서 다리가 가장 긴 「노르웨이」 여성의 52.9에 비하면 문제가 안되지만 대개의 「유럽」여성이 52정도이니 아시아」에서는 다리가 긴 편에 속한다.
또 이 계측에 의하면 북한지방의 신장이 큰 편이며 남으로 내려올수록 점차 작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계측으로는 이와 같은 지역에 따른 차이가 없어지게 되었다. 이는 지역간의 이동이 빈번해진 증좌라고 보겠다.
어깨의 폭은 인근 민족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일본보다 좁은 편이다. 신장과 어깻죽지 사이의 비율을 보면 한국이 22·0, 일본이 23·2이며 독일이 22·2로 나타난다.
다시 신장과 엉덩이뼈 사이의 비율을 보면 한국 18·1, 일본 17·4, 독일 18·3으로 일본인보다는 도리어 「유럽」인에 가까운 비율을 보이고 있다.

<납작하고 긴 두개>
다음 두부와 안부를 살피기로 한다. 이것은 체질 인류학상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제다. 대개 몸은 이주한 지방의 민족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으나 두안부의 형질만은 전혀 변치 않기 때문에 유전질의 영향이 절대시된다. 일본 산구현에 이주하였던 한국인을 대상으로 계측한 결과를 보아도 몸은 일본인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나 두안부의 계측치와 지수는 한국인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이와 같이 변치 않는 두안부에 한국인은 많은 특징이 있다. 우선 심한 「단두」라는 점이다. 머리의 길이와 폭을 비교할 때 길이가 짧다는 것이다. 그것도 폭이 넓기 때문에 비율이 작은 것이 아니라, 길이가 짧기 때문에 나타나는 수치다. 한마디로 흔히 말하는 앞뒤 장구머리형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 한가지는 굉장히 「고두」라는 점이다. 인근 민족에 비하여 월등히 두고경이 크며 「고두」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단두를 놓고 인근 민족과 비교해보면 수치는 몽고·「퉁구스」와 비슷하나 그들은 폭이 넓기 때문에 이와는 구별되어야한다. 다만 만주족은 길이가 짧기 때문에 한국인과 같은 유의 단두라고 하겠다. 또 중국인은 중두, 일본인은 단두에 가까운 중두이나 한국인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근기·산양지방은 일본인 가운데서 가장 단두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한인 닮은 장주형>
극동의 여러 민족이 대체로 고두인 편이나 한국인이 가장 두드러지며 한국을 중심으로 멀어질수록 점차 약해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장신단두인 근기·산양지방의 일본인만은 한국인과 같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은 안면의 폭과 길이도 큰 편이다. 폭은 남자 141∼145mm, 여자131∼136mm로 몽고족·만주족보다는 작은 편이나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는 약간 크다.
그러나 광대뼈가 앞으로 솟아 있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실지보다 넓어 보인다. 길이는 화북인 보다는 작으며 일본인과 비슷한 정도인데 그 밖의 인근 민족보다는 긴 편이다. 일본에서는 체질의 유형을 장주형과 살마형의 두 가지로 나누는 수가 많은데 그 가운데 장주형이 우리 한국인의 체질과 같은 편이다. 흔히 말을 타고있는 초상화 등에 보이는 바와 같이 말만큼이나 긴 얼굴이 바로 「도래인」의 후손이 아닌가 싶다.
이밖에도 피부·머리칼·수염·근육 등을 비교하여 보아도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그리 큰 요인은 아니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혈액형·지문의 특징>
혈액형과 지문도 유전자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며 영원히 변치 않으므로 매우 중요한 형질이다.
한국인의 혈액형 분포는 <도표 2>와 같이 남북에 따라 약간의 차를 보이고 있는데 북은 만주족에 가까우며 남은 일본과 연결되려는 경향을 보인다.
지문은 U자형을 한 「척측제상문」과 W자형을 한 「와상문」이 각각 만주인 보다는 많고, 일본인보다는 적게 나타나고 있다. 또 R자형을 한「요측제상문」도 역시 만주인과 일본인의 중간 정도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지문지수」라는 것이 있어 만주형·일본형·인도형·서구형의 넷으로 나누고 있는데 한국인의 지수는 만주와 일본의 중간숫자를 나타낸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체질의 연구만으로 민족의 기원이나 형성까지는 완전히 밝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한국인은 완전히 특징이 뚜렷한 고립 「멘델」집단적 인류권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O·암몬」의 이론에 따르면 3분의 2의 순종과 3분의 1의 잡종을 가진 어떤 국민이 잡혼을 거듭하면 7대(약 2백년)후면 대개 잡종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일민족이라는 기적 같은 사실은 체질인류학상으르 너무나 분명하다고 하겠다.

<참석자>
대표집필 나세진
김동창(해부학·중앙대 의대교수)
나세진(해부학·서울대 명예교수)
백상호(해부학·서울대 의대교수)
장신요(해부학·서울대 의대교수)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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