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엿보기] 아파트 作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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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아파트 이름, 전문업체 손에 맡길 겁니다." 건설회사 얘기가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얘기다.

서울 청담.도곡 저밀도지구에서는 처음으로 5월초(서울 4차 동시분양) 5백87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인 강남구 도곡동 주공저층 재건축조합은 이달 29일까지 새 아파트 이름을 지어줄 브랜드 네이밍 전문업체의 입찰 신청을 받고 있다.

아파트 이름은 대체로 시공회사의 브랜드를 따르는 게 보통이어서 조합측의 움직임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주택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 아파트 김종선 재건축조합장은 "지금 이름을 붙이면 수십년 동안 사용해야 하는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데 조합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의 이번 결정은 시공회사 별 브랜드 격차에 따른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 시공사는 LG건설.현대건설.쌍용건설이다.

金조합장은 "시공사들은 한치의 양보 없이 자사 브랜드를 붙이고 싶어하지만 주민들은 가치가 높은 것을 선호한다"며 "아파트 이름을 하나로 통일할 수 없을 바에야 새로 짓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남권 요지에 자사의 이름표를 달겠다는 3개사의 희망은 물거품이 될 모양이다.

도곡 주공의 움직임은 다른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잠실 등 다른 저밀도지구 아파트는 평균 3개사 이상 공동수주했고, 시공사를 선정한 지 길게는 10년이 넘었다.

이 기간 동안 브랜드 인지도 1위의 회사부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곳까지 브랜드 인지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잠실지구의 일부 단지는 가칭 '~마을'이나 '~빌리지' 등의 이름을 붙여 놓은 상태다. A건설회사 관계자는 "주민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새 이름을 지으려는 곳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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