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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다오 청부해킹조직 적발, "경쟁업체 고객정보 빼달라" 요청하자…

중앙일보

입력

 
충남에서 인터넷 꽃배달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박모(44)씨는 영업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2월 경쟁업체의 고객을 끌어올 궁리를 했다. 생각 끝에 박씨는 포털사이트에서 ‘개인정보 판매’를 검색해 나온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중국 소재 불법정보 판매상 연모(33)씨의 대포폰 번호였다. 박씨는 연씨에게 “경쟁업체 A, B, C의 고객 정보를 빼달라”고 주문했다. 박씨는 한 달도 안 돼 경쟁업체 3곳의 회원정보 29만여건을 500만원에 건네 받았다. 이어 경쟁업체 회원들에게 “정가 10만원 화환을 7만원에 보내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하는 등 영업에 십분 활용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정수)는 중국 칭타오(靑島)에 사무실을 내고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불법 해킹주문을 받아 개인정보를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위반)로 연씨 형제와 해커 용모(43)씨, 구입자 박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사무실을 함께 운영한 연씨 부모는 기소유예처분했다.

검찰에 따르면 연씨 일가족은 2012년 5월~올해 2월 1년 10개월간 용씨와 다른 한국 및 중국계 해커 두명(기소중지)에게 의뢰해 국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2165종 3100만여건(중복제외 1800만여건)의 개인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유출한 개인정보에는 전국 유흥업소 직업소개 사이트에서 여성종업원 등 구직자 100만명 분도 있었다. '야마토''스포츠토토''오션'과 같은 신종 인터넷 도박사이트들과 사설경마 사이트 이용자 300만명의 정보도 털렸다. 모두 경쟁업체가 상대 고객을 파악하거나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연씨 형제에 청부한 정보였다. 또 한 치과병원의 진료기록 7000여건과 한 백화점 VIP고객 명단과 이들의 월별 방문기록 분석내용까지 해킹내역에 있었다. 국내 인터넷쇼핑몰의 배송업체 사이트를 해킹해 762만여명(중복을 빼면 371만명)분 고객정보를 빼내기도 했다.

검찰은 연씨 일가가 빼낸 3100만여건 불법정보 주문자와 사용처를 계속 수사중이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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