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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만국어의 홍수 유엔 통역사는 고달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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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각종 인종 전시장이기도한 「유엔」은 또한 수십가지 언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곳이기도 하다. 공용어인 영·불·노·중·서반아어 외에 각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자료라든가 대표들의 연설을 정리하기 위해 「유엔」 사무국은 통역 l백60명·번역사 3백68명을 대기시키고있다.
통역의 경우는 최소한 3개 공용어를 동시 통역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어야 하며 번역사 역시 고도의 외국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유엔」에서 한나라 대표가 연설할 경우 내용은 동시에 다른 4개 공용어로 통역된다.
통역의 대부분은 연설 내용을 그 자리에서 다른 나라 말로 줄줄 바꿔 엮어 내리는 귀재들이지만 간혹 엉뚱한 오역으로 조그마한 파문을 일으키곤 한다. 웬만한 말이야 막히는게 있을 턱이 없지만 어느 나라의 속담 같은게 튀어나올 경우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자신이 골탕을 먹는 것은 물론 엉뚱하게 연설한 장본인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지난해 소련 대표가 「오디나무는 뜰 안에, 아저씨는 「키에프」에』라는 속담을 섞어가며 연설하자 무슨 뜻인지 모르는 통역은 얼결에 『「덴마크」란 나라에선 모두가 엉망이다』는 식으로 얼버무려버렸다. 「이어폰」을 점잖게 꽂고 앉아 있던 「덴마크」 대표는 깜짝 눌라 『이따위로 모욕을 참을 수 없다』고 소련 대표에게 항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느 나라 대표가 자기 속담에 따라 고양이를 들먹이며 비유하자 통역은 이에 맞는 영어 속담 번역은 개에 해당하므로 개가 어쩌고 하다가 쥐를 잡는 개 이야기를 하는 「난센스」를 빚기도 했다.
그러니까 「유엔」의 통역들은 3개 국어를 자기 모국어처럼 자유 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그런지 최근 「유엔」에서 통역사를 20여명 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번역사의 경우 통역처럼 급박하게 쫓기는 일이 없지만 어휘를 정확히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각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문서·간행물 등을 다루기 위해 「유엔」에서는 20종류의 언어를 다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가을에 있었던 「유엔」 총회의 경우 이들 번역사들은 2만7천5백69종의 문서를 번역해댔다. 단어수로 따져 9백만 단어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이들의 업무가 이처럼 특수하고 어려운 탓인지 보수는 후한 편. 초기 실습 기간에는 연봉 1만2천「달러」 (6백만원)를 받다가 액수가 높아져 최고는 3만8천4백「달러」 (1천9백20만원)에 이르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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