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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공립에 뺏기ㅣ는 교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립학교가 교사난에 허덕인다. 특히 중·고교가 더욱 심하다. 명문사학은 우수교사를 확보 못해 애태우고, 영세사학은 점원조차 채우지 못해 고민한다. 연간 배출되는 교원자격자수는 중등교원만도 줄잡아 4천여명. 절대 수가 모자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학교평준화 이후 교원의 사학기피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서울의 명문사학인 E여고의 경우 학교평준화 시책전까지만 해도 서울대사대를 비롯한 일류대 출신근무희망자가 연간 30∼40명씩이나 몰려 들었으나 지금은 쓸만한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골의 영세사학인 김해J중학의 경우 해마다 채용하는 교원수보다 빠져나가는 과원수가 더 많아 고 민이라 고했다.
이런 판국에 서울대 사대등 우수사대 출신자를 사립학교에서 신규채용하기란「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지난해 서울대사대졸업자의 공·사립 신규임용상황이 이를 설명해준다. 서울의 경우 중·고교의 공·사립비율은 사립학교가 70%로 훨씬 높은데도 임용된 서울대 사대졸업자 1백95명중 사립학교 근무자는 0.8%인 15명 뿐이었다.
마음에 드는 교원채용순위고사 합격자를 초빙하기도 무척 어렵다. 하나 같이 공립학교 근무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사립 중·고교는 이 바람에 대부분 대학졸업「시즌」만 되면 유자격 우수졸업자를 상대로 교원「스카우트」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서울 I고교는 전출로 자리가빈 물리담당교사 채용을 위해 전 교원을 동원, 모사범대 물리학과 졸업생을 대상으로「맨·투·맨」작전을 펴다시피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실패했다. 사립학교 근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결국 S공립공고 교장에게 통사청하여 그 학교에 신규 임용된 물리담당교사를 간신히 데려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 E여중·고의 교장은 자신이 직접 나서 모사범대 졸업생 8명을「스카우트」하려 했으나 2명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
또 D고교의 H교장은 올해부터는 아예 우수교사를 억지로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작년까지는 순위고사 합격자의 경우도 상순위를 골랐더니 근무 중학교 몰래 타도의 순위고사에 다시 응시하면서까지 하나 둘씩 공립학교로 빠져나가 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춘천 S고교의 K교장과 김해 J중학의 K교장도 요즘의 사학은 공학의 교원양성소처럼 돼버렸다』며 안타까와 했다. 천신만고 끝에 채용한 교원들이 2, 3년 정도 근무, 마음 놓고 일을 맡길만하면 공립학교로 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몇 년 전과는 정반대로 교원들이 사학근무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실리도 명분도 다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직 교원들은 사학기피 이유를 대개 다음과 같은 4가지로 들었다.
첫째로 사학은 과거와 같은 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는 지난날 그 나름대로의 건학 이념이 있어 걺은 교원들을 유인하는 작용을 한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학교평준화와 추첨배정 등으로 사학의 특색이 흐려졌다.
둘째로 대우가 공립만 못하고 전망도 밝지 못하며, 세째로 승진기회도 좁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신분보장이 불안하다.
즉 공립의 경우는 사소한 직무상의 책임을「타교전출」이라는 방법으로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사립의 경우는 인사가 폐쇄적이고 타교전출도 쉽지 않아 항상「면직의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실 고교평준화작업이 시작된 3, 4년전까지만 해도 사립학교의 교원대우가 공립보다 월등하게 좋았었다.
서울·부산등 대도시 명문사학들은 그때 이미 연간 3백∼4백%씩의「보너스」를 지급해 왔었다. 그러나 평준화 이후부터 쪼들리기 시작한 운영난 등으로 지금은 봉급조차 규정대로 지급하기 어려운 학교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오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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