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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스마트'의 역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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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얼마 전 일요일, 근교에 생긴 아웃렛에 다녀왔습니다. 백화점 성장세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타개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교외 할인매장을 대단지로 열고 있습니다. 소셜 빅데이터상에서도 최근 3년간 ‘주말’의 연관 장소로 가장 상승하는 것은 집앞/집근처, 맛집, 아웃렛입니다. 반면 백화점과 마트는 떨어지고 있지요.

 한 패션 매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재킷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할인율이 10%에 불과해 그 이유를 물어보니 신상품이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지금 서울의 백화점에서는 정상가에 팔고 있으니 여기서 사는 것은 행운이라는 점원의 달콤한 설명에 저는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궁금증은 신상품을 백화점의 정기세일보다도 덜 싸게 파는 것이 과연 아웃렛의 역할일까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궁금증은 점원의 말처럼 과연 여기서 사는 가격이 가장 싼 것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칭 ‘스마트’한 소비자가 되고 싶은 저는 스마트폰의 가격비교 사이트에 재킷의 시리얼 넘버를 넣어 보았습니다. 점원의 말과는 달리 인터넷쇼핑몰에서 무려 30%의 할인 가격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었기에 저는 스마트폰으로 그 자리에서 구매와 결제를 하고 그 상점을 나왔습니다.

 구매의 행위는 공간적으로 교외의 아웃렛에서 이루어졌지만 그 상점이 제게 얻어간 매출은 없었습니다. 더욱 슬픈 일은 앞으로 그 브랜드를 사려고 그 먼 교외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스마트’한 안경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최저가의 판매처를 자동으로 알려줄 것이라 합니다. 싸게 사게 된다면 소비자야 돈을 아껴서 즐겁기는 하겠지만, 그 거대한 건물을 짓고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유통회사는 앞으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라는 걱정이 듭니다.

이미 가로수길의 패션 매장들은 십수억원의 권리금과 수천만원의 월세까지 생각한다면 옷을 팔아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매장을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할 뿐 손익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러다가는 백화점도 구경만 하고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들 때문에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고정된 월세를 입점한 패션 업체에 요구할 것 같습니다. 쇼윈도를 빌려주는 광고판 같은 사업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를 도와주기만 할 것 같던 스마트함이 기존의 산업에는 위협이 되는 스마트의 역습이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스마트함, 당신의 비즈니스는 준비되셨습니까?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