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통령 부인이 물품 모으고, 총리가 팔 걷고 청소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이창호
남서울대 교수
(중앙일보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

‘자원봉사’라는 용어마저 생소하던 1994년 11월. 그달 26~27일 전국의 산과 강, 사회복지 시설들은 자원봉사자들로 들썩거렸다. 중앙일보 주최 ‘제1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가 대장정의 닻을 올리면서다. 주말 이틀간 총 참가 인원 32만 명. 당시 이영덕 국무총리는 직원들과 장애인 시설을 찾아 화장실을 청소했고 청와대에선 손명순 여사가 50여 명의 직원과 일일 기부물품을 모집했다.

 자원봉사대축제의 모태는 그해 국내에 도입된 미국의 ‘변화를 만드는 날(Make A Difference Day)’ 행사였다. 98년 5회 때부터 전국에서 매년 100만 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의 자원봉사 경연축제로 성장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김현옥(65·여)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서 자원봉사를 보통명사화하고 대중화시킨 견인차가 중앙일보 대축제”라고 평가했다. 대축제와 함께 공익사업도 전개했다. 94년 아프리카 르완다 난민 돕기 사업은 이후 북한 돕기, 세계청년봉사단(코피온·COPION) 사업 등으로 이어지며 해외 구호·봉사의 길을 열었다. 96년부터 3년간 문산·파주 지역에 엄청난 수해가 나자 중앙일보가 복구 봉사활동을 주도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 247개 지자체에 자원봉사센터가 설립됐다. 외환위기 때인 98년 4월부터 6개월간 한강 탄천에 주말 알뜰시장을 열며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운동을 전개했다. 매년 가을 30만 명이 참여하는 ‘위아자 나눔장터’로 발전했다.

 2000년대 들어 자원봉사캠페인은 시민운동으로 승화됐다.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휴대전화로 통역봉사를 하는 ‘BBB운동’을 벌였다. 100만 빈곤가정의 아동들을 돕자는 위스타트 운동은 2004년 막을 올렸다. 최근 ‘뉴 볼런티어 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90년대와 같은 자원봉사의 순수성을 회복하고 업그레이드된 활동을 펼치자는 의미다. 한국 시민사회의 지평을 넓혀 온 중앙일보도 이 물결에 동참해 또 다른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창호 남서울대 교수 (중앙일보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