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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돌아오나 … 나흘 새 8700억 순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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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코스피가 다시 2000선 고지 앞에 섰다. 3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61포인트(0.23%) 오른 1985.61포인트로 장을 마무리했다.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끈 건 외국인이었다. 이날만 32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10월(5920억원) 이후 최대치로 지난달 26일부터 87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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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은 코스피가 2000을 넘어 안착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투자자들은 오랜만에 부는 봄바람이 반가우면서도 아직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희망이 좌절로 바뀌는 걸 여러 차례 지켜봤기 때문이다. 주가가 조금만 상승하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나오거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 해외발 악재가 터져 발목을 잡았다. 삼성증권 박정우 연구위원은 “지난 며칠간 개인들이 ‘팔자’에 나선 것도 이런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전망은 이전보다는 낙관적이다. “당장 이번 주 안에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설 것”(KDB대우증권 박승영 연구원)이란 전망도 있다. 나아가 2분기 중 코스피가 1850~2050선의 지루한 박스권을 뚫고 올라설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오랜 기간 증시를 짓누르던 중국의 경기둔화 리스크가 점차 약해지고 있는 데다 외국인의 신흥시장 귀환 조짐도 뚜렷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금융투자는 4월 코스피 밴드를 1930~2050포인트로 내다보면서 “코스피가 2분기에는 213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덧붙였다. 이경수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글로벌 펀드자금 흐름을 보면 선진국은 7주 만에 순유출로 돌아선 반면 신흥국은 유출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과거 추세를 보면 이런 분위기가 2~4개월 정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기에 대한 적당한 불안감은 오히려 주가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2007년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질 때마다 코스피는 오히려 상승했다”며 “경기부양책이 나올 거란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9~10월 중국 정부가 ‘미니 부양책’을 발표하자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5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2000선을 넘을 수는 있어도 안착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여전히 많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2000선 돌파는 추격매수보다는 차익실현의 기회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2000선을 넘어서면 주식을 사기보다는 들고 있던 주식을 파는 게 낫다는 얘기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맏형’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기미가 아직 없고 ▶외국인들이 여전히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에 우호적인 데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분위기만 좀 나아졌을 뿐 1분기 주가를 끌어내린 악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엠투자증권 강현기 투자전략팀장 역시 “미국과 중국의 추가 경기 둔화, 일본의 소비세 인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적극적인 매매보다는 주가 하락이나 횡보를 대비한 방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주가가 상승할수록 개인과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도 늘어나기 때문에 2050선에 안착하려면 2조원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더 들어와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지수 전망은 엇갈리지만 일치하는 것도 있다. 이제부터는 대형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외국인 투자금은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자동차와 금융·IT 분야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 중소형주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대형주의 가격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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