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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수역 안의 안보 문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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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월15일부터 5월7일까지 열릴 제3차 「유엔」 해양법회의 제4기 회의에서 해양 국제법에 관한 단일 협약 안이 마련될 전망은 흐리다.
이번 회의는 3기 회의에서 마련한 비공식 단일 교섭 안을 기초로 협상을 벌이게 되는 것이 전과 다른 특색이다. 3백4개조로 된 이 단일 교섭 안은 각국간의 타협의 소산이 아니라, 분과위원장들의 사안 이어서 별다른 권위가 없다. 게다가 선·후진국, 해양 및 내륙국간의 이해 관계와 의견 대립이 아직도 심각한 처지에 있다.
해양법 회의에선 심해저 개발·국가의 관할권이 미치는 해양 제도 및 해양의 조사와 오염 방지 등 해양 질서의 전반 문제가 협의된다. 이중 우리의 관심이 큰 문제는 역시 영해·경제 수역·대륙붕의 범위 및 이에 미치는 국가 관할권의 내용과 국제 해협의 통항 문제 등이다.
영해와 경제 수역의 범위에 대해선 각기 연안 기선으로부터 12해리 및 2백 해리 주장이 국제적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다만 「에콰도르」 「페루」 등 몇 나라는 아예 2백 해리까지의 영해를 주장한다. 이러한 넓은 국가 관할 수역 주장의 대세에 밀려 좁은 국가 관할 수역 주장을 고수했던 일본 등 해양 선진국들은 이미 그들의 주장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대륙붕의 범위에 대해선 육지 영토의 자연 연장인 대륙 변계에까지 미친다는 견해와 연안에서 2백 해리까지의 거리설이 대립했다. 그중 연안국의 관할권이 우리의 견해처럼 대륙 변계에까지 미친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가 되고 있다.
국제 해협의 통항 문제는 가장 의견 상충이 심한 대목이다. 미·소·영·일 등 해양 선진국은 공해와 똑같은 자유 통과권을 주장한 반면, 대부분의 해협 국가들은 일반 영해와 같은 무해 통항만을 인정하려하고 있다. 이 두 입장을 절충하여 『방해받지 않는 통과』란 새로운 개념의 정립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도 상호간의 견해 차이가 크게 남아 있다.
우리 정부는 대체로 모든 문제에 있어 대세에 따르는 편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세에 휩싸여 우리가 처해 있는 국제 정치 현실과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우리의 개발 기술 및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소홀히 되는 일은 없어야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안보에 대한 고려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영해에서의 무해 통항의 내용이 좀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겠다. 무해 통항을 이유로 영해 안에서 무력 시위 같은 전투 행위와 첩보·선전 같은 비우호적 행위가 자행되는 것은 용납 될 수 없는 일이다. 일반 영해는 물론이거니와 국제 해협인 영해에서도 국가 관할권이 미치는 영해인 한 이러한 행위는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외국 군함의 영해 통항에 있어 사전 통보나 허가를 일반 영해뿐 아니라 국제 해협에서까지 무차별적으로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리고 앞으로 필연적으로 문제가 될 서해 5도에 대해선 특별 합의인 휴전 협정의 정신이 존중되는 해결 방식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안보에 대한 고려 못지 않게 경제적 고려도 중요하다. 경제 수역 2백 해리가 새로 생김에 따라 우리의 원양 어업에는 일대 타격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이를 「커버」 할만큼 연안어업 환경이 좋아 지느냐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이런 형편에 우리가 경제 수역 개념을 앞장서 지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어차피 2백 해리 경제 수역이 인정될 대세라면 입어권 확보 등 새로운 국제 어업 협정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한·일 어업 협정의 보완문제도 불가피하게 고려되어야 할 문제임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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