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장래를 점친다|미「월드·리포트」지서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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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주의는 정말 죽어가고 있는가. 인류가 창안해 낸 가장 이상적인 정치제도라는 민주주의가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많은 위기설과 함께 끝내는 지구상에서 소멸되고 말 것인가라는 극단적인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식민주주의가 전세계를 지배하리라던 낙관론은 이제 자체내의 갖가지 도전과 공산주의 등의 외부위협으로 그 앞날에 대한 회의가 높아지고 있다. 근착 「유·에스·앤드·월드·리포트」지는 이 같은 위기설이 나도는 민주주의의 장래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들의 예견을 들어봤다.
▲「새뮤얼·P·헌팅턴」(미「하버드」대 교수·정치학)=미국의 민주주의는 어느 면에서는 지금도 잘 발전돼가고 있다. 즉 「워터게이트」사건 등에서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통해 보여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20여년 동안 너무도 지나칠 정도로 권위에 대한 도전에 휩쓸려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사소한 것이든 중대한 것이든, 사실이건 상상이건 권위의 남용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파헤친 것의 결과는 이제 누구도 미국을 통치하기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민주주의의 앞날이 전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민주주의 사양화는 미국력의 쇠퇴와도 함수관계를 갖는 것이지만 복잡전문화해가는 대형의 사회구조속에서 이를 지탱하며 오늘의 위기를 타개하는데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지도자나 기관의 권위를 어느정도까지 인내하면서 수용하는 일이다.
▲「맥스·벨로프」(영「버킹검」대 교수·정치학)=나는 미국이라는 예외적인 환경 밖에서는 민주주의가 그렇게 잘 운영되고 번창하리라고는 확신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역사는 영국이 제일 긴 것 같지만 나는 미국이 훨씬 오래됐다고 생각한다. 그령다고 지금 영국의 민주주의가 완전히 깨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나는 민주주의의 장래는 영국에서보다는 미국에서 보다 희망적이라고 확신한다.
오늘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민주주의 자체를 방어하기 위한 투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로버트·하일브러너」(미「뉴욕」사회연구대 교수·경제학)=월남의 공산화가 민주주의 발전에 준 충격은 결코 과소 평가될 수 없다.
미래에도 민주주의하의 경제제도만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확신한다거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람들은 계속돼 온 과거의 제도나 문물에 싫증을 느끼게 마련이다.
지금도 사업가와 정부가 공동으로 국가 계획경제를 추진해나가는 경향이 강력히 나타나고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신념이 위기를 당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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