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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정부의 대응자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6년의 경제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할 단계에서 정책입안자들에게 두 가지 길이 제시되었다.
하나는 이제까지의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 때마침 일기 시작한 국제경기의 호전에 편승,높은 성장을 이룩하고 국제수지와 물가문제를 계속 방치하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정책기조를 바꾸어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에 치중하고 성장둔화를 감수하는 길이 있다
정부는 오랜 진통 끝에 ?? ??, 즉 안정화에의 길을 택했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전환은 자원파동으로 무너진 안정기반을 회복함으로써 77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5개년 계획을 새로운 안정된 기초 위에서 추진할 절실한 필요 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목표의 설정은 작년 하반기부터 호전되기 시작하여 앞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 거의 확실한 해외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정책은 이를 외면하겠다는 얘기다.
경제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청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총자원예산(ORB) 이다.
ORB에 투영된 올해 우리 나라의 경제모형은 물가를 10%수준에서 안정시키고 기초수지의 균형을 이룩하는 한편 GNP 성장률은 작년보다도 0·4「포인트」 낮은 7%수준에 머무르도록 할 계획이다.
또 물가 10%안정을 위한 전제로 통화신용정책은 초긴축을 실시, 통화량증가율을 전년의 25%에서 올해는 20%로, 국내여신증가율을 31·9%에서 26·1%로 억제키로 했다.
기본적으로 안정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현시점에서 부득이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과거의 경제정책이 가져온 업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구체적 정책 내용은 물가의 10%억제 목표를 비롯, 비현실적이고 경직된 부분이 있어 해외여건의 변화에 탄력 있게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작년에 7·4%의 성장이 25%의 통화증가, 31·9%의 여신증가를 가져왔는데 올해에는 수출전망이 밝다고 하는데도 통화 20%, 국내여신 26·1%의 긴축을 실시하면서 7%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느냐가 문제될 수 있다.
즉 해외경기의 호전으로 수출수요가 급증하고 국내경기가 상승「무드」를 보여도 이 같은 안정기조를 견지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에도 물가10%목표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설정된 통화신용정책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짙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7∼8%로 유동성 있게 정하고 있지만 그 전제가 되는 다른 지표는 7%성장을 전제로 하고있다.
만일 8%성장을 이룩하려면 정부의 「모델」에 의하더라도 통화량증가율은 25%, 국내여신증가율을 30%수준으로 끌어 올려야하며 이렇게되는 경우 물가상승률도 13%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청사진 자체에 이미 모순을 안고있는 셈이다.
정책목표간의 조정도 문제다. 정부는 안정을 이룩하면서 동시에 국제수지개선을 위해 수출증대를 꾀하고 수입을 억제하겠다는 얘긴데 수출증진을 위해 지원금융의 확대, 수입억제는 안정목표와 상충되는 면이 있다.
정부는 우선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출지원을 확대한다는 입장에서 한정된 범위의 금융지원을 수출산업에 집중하고 내수산업의 자금지원은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지나친 해외의존도가 문제되는 우리의 경제체질에서 이 같은 내수산업의 유기가 바람직한가도 재검토돼야 할 문제다.
또 성장률을 당초 예정대로 7%로 자제하는 경우 늘어날 실업자문제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7%성장의 경우 완전실업자의 수는 75년의 76만명에서 1백만명을 넘어서게 되며 실업률도5·6%에서 7·6%로 증가한다. 결국 정부는 지나치게 정책목표에 얽매이지 말고 탄력 있게 여건변화에 적응해 나갈 자세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성순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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